[BIFF, 위기를 기회로] 안팎 반대 무릅쓰고 ‘자기 사람 심기’ 강행하다 사달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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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위기를 기회로] 1. 독단 운영, 터질 게 터졌다

조종국 하마평 나올 때부터 반발 기류
옥상옥 위원장으로 인건비 과다 지출
“지도부 권한 키우려 영입한 인물” 비판
총회 통지서 ‘공동 위원장 선출’ 제목뿐
이사들에게도 충분한 정보 제공 안 돼
24일 차기 이사회도 구체적 안건 없어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내분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내분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올해 28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갑작스러운 '공동 위원장' 선임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영화계 안팎에서 반대하는 인물을 사실상 집행위원장 격인 '운영위원장'으로 임명해 후폭풍이 거세다. 이에 반발한 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지난 11일 사의를 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영화제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야 할 시기에 그동안 쌓여 온 시스템 부재, 독단 운영 문제가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리 만들기’ 꼼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운영위원장 임명이 이 시기에 꼭 필요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BIFF 측은 ‘BIFF 비전2040특별위원회’가 앞서 중장기 비전으로 ‘지도부의 권한을 분산하고 영화계와 지역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대중적인 회원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한 점을 들어 이원화 체제(집행위원장-운영위원장)가 갑자기 나온 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전2040특별위원회는 2018년 이용관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BIFF 이사회 내에 만든 조직이다.

문제는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이 지도부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라는 점이다. 조 위원장은 허 위원장과 같은 영화주간지 ‘씨네21’ 기자 출신이어서 예산·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게다가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재직 당시 지역 영화계와 마찰을 빚으며 ‘강성’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조직을 아우르고 예산 문제를 책임지는 운영위원장 자리에 그가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BIFF 안팎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허 위원장 사의 표명 전 부집행위원장이었던 A 씨가 조 위원장과 일할 수 없다고 반발해 다른 보직으로 인사 이동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A 씨는 조 위원장 임명 사실이 알려지면 영화계에 파문이 일 것이라며 이 이사장을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후문이다.

이 이사장이 허 집행위원장과 전임 부집행위원장의 반대에도 조 위원장 인사를 강행하자 그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조 위원장은 ‘다이빙벨 사태’ 이후 "BIFF에서 김동호(당시 이사장)가 나가고, 이용관이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해 이 이사장의 복귀를 도운 바 있다. 이 이사장과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 조 위원장의 친분 탓에 이들 지도부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인사 파행이 빚어졌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BIFF의 한 직원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사장이 감사팀장을 개인적으로 데리고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감사팀장으로 전보 발령된 B 씨는 앞서 경영전략팀장 자리를 맡고 있었다. 일반직에 해당하는 경영전략팀장은 공개 채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BIFF 채용 공고에는 해당 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전략팀은 당시 BIFF 조직에 없었던 부서여서 B 씨를 감사팀장으로 데려가기 위해 ‘꼼수’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깜깜이 이사회’ 지적도

BIFF 지도부는 조 위원장 임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이사회·임시총회가 지난 9일 열리기 전 운영위원장 후보자와 임명에 대한 상세 정보를 이사와 집행위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부산일보〉가 21일 입수한 ‘1차 임시총회 소집통지서’에는 ‘공동 집행위원장 선출(안)’이라는 의안 제목만 표기돼 있었다. 이사회·임시총회 일주일 전에 보낸 통지서에 10자 안팎으로만 관련 정보를 알렸다. 이마저도 ‘2023년도 수지예산 수정’ ‘제20차 정관 개정’ ‘규정 개정’ 등 다른 안건 사이에 끼어 있었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C 이사는 “조 신임 위원장이 영화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아무런 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였다”며 “그때는 운영위원장직 신설만 논의하고, 다음번에 후보 등을 추천받아 사람을 임명했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너무 급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BIFF 측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운영위원장직 신설과 조 위원장 임명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영화계 4개 단체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 사전 논의 없는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은 안 된다"며 안건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일단 내일 와서 이야기하자"며 다음 날 이사회·임시총회를 강행했다.

BIFF는 오는 24일 차기 이사회를 소집하면서도 구체적 안건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7일 보낸 ‘3차 이사회 소집통지서’에는 ‘부산국제영화제 현안 논의’라는 내용이 전부다. BIFF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모든 걸 열어 둔다는 입장이지만, 지도부가 ‘조종국 지키기’를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IFF는 지난 2월 정기총회를 서면 의결로 대체했다. D 이사는 “보통 이사회 전에 논의 사안을 보내 주고 시간을 주는데, 2월에는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었다”며 “그때부터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매년 10억~20억 원의 국비와 60억~70억 원의 시비를 지원받는 BIFF가 견제와 감시 없이 운영됐다는 지적과 함께 ‘방만 경영’ 의혹도 제기된다. BIFF 측이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예산 처리 문제로 매년 힘들었다고 하면서 굳이 연봉 7000만~8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옥상옥’ 운영위원장직을 신설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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