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공기관장 300명, 장관보다 연봉 더 받았다
지난해 공공기관 상임기관장 340명 중 300명은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장관보다 연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중 29명은 대통령보다 보수를 더 받았다. 상임감사도 97명 중 71명은 장관보다 연봉이 높고, 7명은 대통령보다 높았다.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공공기관 상임기관장과 상임감사 자리는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소위 '낙하산',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또 지난해 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공공기관이 1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곳은 올해 1분기 상장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낸 현대자동차의 직원 평균 연봉보다 높다.
올해 처음 7000만 원이 넘은 전체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은 대기업보다도 높고 중소기업의 두배를 웃돌았다. 공공기관은 이 같은 고액 연봉과 안정된 일자리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입사원 초임은 3790만 원 수준이며, 5000만 원이 넘는 곳은 7곳에 달했다.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상임기관장 연봉 수치를 공시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40곳 중 300곳은 상임기관장의 연봉이 장관보다 높았다. 지난해 장관·장관급에 준하는 공무원의 연봉은 1억 3718만 9000원이었다. 공공기관 340곳 중 88.2%인 300곳의 상임기관장 연봉이 이보다 더 높았다는 이야기다.
이 중 134명은 국무총리(1억 8656만 2000원)보다 보수를 더 받았고, 29명은 대통령(2억 4064만 8000원)보다도 연봉이 높았다. 공공기관 상임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 8500만 원 정도로 장관보다 높고 국무총리와 비슷하다.
상임기관장 연봉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은행(4억 3103만 원)이고, 한국투자공사(4억 2476만 3000원)도 4억 원이 넘었다. 이어 국립암센터(3억 8236만 1000원), 한국산업은행(3억 7078만 2000원), 한국수출입은행(3억 7078만 2000원), 기초과학연구원(3억 3160만 원), 한국해양진흥공사(3억 930만 7000원), 신용보증기금(3억 774만 원), 한국주택금융공사(3억 630만 7000원) 등 순이었다. 지난해 상임기관장 340명 중 66.8%인 227명은 전년보다 연봉이 올랐고, 31.8%인 108명은 내렸다. 5명은 동일했다.
지난해 상임감사도 10명 중 7명 이상이 장관보다 보수를 더 받았다. 상임감사 연봉 수치를 공시한 공공기관 97곳 중 73.2%인 71곳의 상임감사 연봉이 장관보다 높았다. 상임감사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상임기관장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은행으로 3억 1049만 6000원에 달했고, 한국투자공사도 3억 624만 6000원으로 3억 원이 넘었다.
한국산업은행(2억 7888만 2000원), 한국수출입은행(2억 7888만 1000원), 기술보증기금(2억 5010만 9000원), 신용보증기금(2억 4227만 1000원), 한국주택금융공사(2억 4119만 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2억 4096만 9000원), 예금보험공사(2억 3859만 2000원)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 6200만 원으로 장관보다 높고 국무총리보다는 약간 낮다. 공공기관의 상임기관장·상임감사 중에는 해당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의 고위 간부로 재직하다가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단숨에 연봉이 2~3배 오르는 경우도 있다. 대선 캠프에 몸담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연이 닿은 인사가 보은성 인사로 내려오면서 낙하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조직이 이리저리 휘둘릴 때는 차라리 정치권에서 힘 있는 인사가 오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직원의 평균 보수 수치를 공시한 공공기관(부설기관 포함) 362곳의 평균 보수는 7038만 2000원이었다. 이는 일반정규직의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1억 1709만 8000원으로 가장 높고, 이어 한국투자공사(1억 1572만 5000원), 한국산업은행(1억 1289만 원), 중소기업은행(1억 884만 9000원), 한국기계연구원(1억 737만 1000원), 한국수출입은행(1억 615만 7000원) 등 순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공공기관은 15곳이다.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공공기관은 2018년과 2019년에는 각 7곳이었고, 2020년 9곳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1년 17곳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2곳 줄었다.
남성 평균 연봉은 7539만 7000원으로 여성(6123만 2000원)보다 23.1% 높았다. 남성 1위는 한국산업은행으로 1억 2775만 원이고, 이어 정부법무공단(1억 2593만 6000원), 한국투자공사(1억 2420만 3000원) 등 순이었다. 여성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1억 1006만 9000원), 중소기업은행(1억 27만 7000원), 한국세라믹기술원(9873만 9000원) 등의 순으로 높았다. 남성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공공기관은 30곳이지만, 여성은 2곳에 그쳤다.
공공기관 직원의 연봉은 대기업보다도 높고 중소기업의 두배 이상이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를 보면 2021년 12월 기준 영리기업 가운데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563만 원(세전 기준), 중소기업은 월 266만 원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6756만 원, 3192만 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공공기관 일반정규직 직원의 평균 보수(7038만 2000원)는 대기업보다 4.2% 높고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2.2배 수준이었다. 보수 상위 공공기관의 연봉은 국내 주요 대기업에 비해서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연봉 1위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과 비교할 경우 연봉이 상위 6위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19일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1억 1709만 8000원)보다 연봉이 높은 곳은 삼성전자(1억 3500만 원), SK하이닉스(1억 3400만 원), 네이버(1억 3400만 원), 포스코홀딩스(1억 2100만 원), LG화학(1억 2000만 원) 등 5곳이다.
삼성SDI(1억 1600만 원), 기아(1억 1200만 원), 현대차(1억 500만 원), LG에너지솔루션(9900만 원), 삼성바이오로직스(9200만 원) 등 5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보다 낮다. 올해 1분기 상장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낸 현대차와 비교해 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투자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9곳이 현대차보다 높다.
지난해 신입사원 초임은 평균 3790만 3000원 수준이었다. 신입사원 초임이 가장 높은 공공기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5348만 6000원이었고, 이어 중소기업은행(5246만 7000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5억 158만 9000원), 한국산업은행(5130만 5000원), 한국투자공사(5116만 6000원), 한국연구재단(5102만 2000원), 항공안전기술원(5058만 4000원), 신용보증기금(4998만 8000원), 기술보증기금(4960만 원) 등 순이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