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7억 노리고 고교 후배 필리핀서 살해 40대 구속 기소
숙소서 졸피뎀 먹인 뒤 질식 살해
부검 없이 화장… 유족 진정서 제출
유족 아닌 가해자가 보험금 챙기게 위조
보험설계사도 범죄 가담… 범행 부인
7억 원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고교 후배를 필리핀 보라카이로 유인해 마약을 먹인 뒤 살해한 4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성민)는 22일 강도살인, 사기 혐의로 A(41) 씨를 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보험설계사 B(42) 씨도 사기미수, 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 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1월 17일 고교 후배인 C 씨와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을 간 뒤 숙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C 씨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분을 유지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A 씨는 C 씨로부터 6000만 원을 빌린 뒤 변제 요구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A 씨는 2019년 6월께 보험설계사인 B 씨와 함께 C 씨 명의의 보험계약 청약서를 위조했다. C 씨가 사망할 경우 발생하는 7억 원 상당의 보험금이 A 씨 앞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바꿨다.
A 씨 일당은 C 씨 사망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고, C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부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화장됐다. 그러나 이후 C 씨 유족이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사망 보험금 수익자가 C 씨 가족이 아니라 A 씨라는 이례적인 보험계약, C 씨 사망 전후 A 씨 등의 행적, 사건 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이 발견된 정황 등을 감안해 심층적인 수사에 착수해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보험료 납입 등 관련 계좌 거래 내용 추적,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한 대화 내용·메모 분석, C 씨가 착용한 의복 감정, 보험청약서 필적 감정, 현지 호텔 CCTV 영상 분석, 법의학자 감정 등이 이뤄졌다.
여전히 A 씨와 B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올해 1월 C 씨가 자연사했다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6억 9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는 허위 공정증서와 관련해 사기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은 선고받고 이달 4일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재구속됐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