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리가 점령” vs 우크라 “사실 아냐”… 바흐무트, 누구 수중에
러시아 “지난 20일에 함락시켰다” 주장
젤렌스키, 인정하는 듯하다 발언 번복
바흐무트의 전략적 의미 낮다는 평가도
바이든 “F-16은 우크라에서만 쓰일 것”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최대 격전지가 된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러시아 주장을 우크라이나가 반박하는 등 양측이 계속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F-16 전투기 지원을 이끌어낸 것과 관련, F-16이 러시아 영공으로 진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선언한 동부 도시 바흐무트 가장자리 주변으로 자국 군대가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주장이 맞다면 15개월에 걸친 전쟁 중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바흐무트 점령에 대해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인 바그너 그룹의 노고를 치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장성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의 주요 지역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교외에 있는 러시아군을 향해 진격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7만 명의 주민이 거주했던 이 도시의 ‘전술 포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자신이 이날 바흐무트 인근 최전선 진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바흐무트가 러시아군 수중에 떨어졌는지에 대해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것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또 “오늘은 일단 바흐무트가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답해 함락을 시인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오늘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에 있다”면서도 “오늘 바흐무트는 러시아에 점령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그가 ‘바흐무트가 아직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는 것이 맞느냐, 러시아는 이 곳을 장악했다고 하는데’라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I think no)고 답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추가 입장을 내고 “함락을 부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점령을 부인했음에도, 바흐무트의 상당 부분은 러시아군 수중에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이 지역을 장악하더라도 전략적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지난해 7월부터 바흐무트에서 장기간 소모전을 펼침에 따라 러시아의 힘을 빼놨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F-16 전투기를 제공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서방국들에 F-16과 같은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 왔으며, 서방 국가들도 최근 여러 국가가 연합한 형태로 지원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서방의 전투기 지원에 부정적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미국의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을 승인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제공 여부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투기들이 러시아 영토로 진격하는 데에는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다. 22일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외국 ‘봉사자’들이 통제하는 미제 전투기들이 나토 비행장에서 이륙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미국은 러시아의 대응을 완전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