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오염수, 정쟁 불쏘시개 전락 안 된다
정부 시찰단 일본 도착 현지 시찰 시작
정치공방에 ‘안전성’ 본질 안 흐려지길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21일 일본에 도착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찰단 설명에 따르면, 후쿠시마 현지 시찰은 23~24일 이틀간 이뤄진다. 23일 오염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ALPS)와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에 통과하는 ‘K4 탱크’의 상태를 확인하고, 24일엔 화학 분석동을 방문해 장비와 오염수 농도 분석 결과 등을 확인한다. 21~26일 방일 일정 가운데 현지 시찰은 단 이틀에 불과해 검증 작업에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이번 기회를 어떤 식으로든 자체 안전성 검증에 활용하는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
이번 시찰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 안전성 검토의 핵심인 오염수 시료를 별도로 채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시찰’에 그치기 때문이다. 시찰단 안에 포함된 전문가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고, 일본이 난색을 표명한다는 이유로 민간 전문가들은 제외시켰다. 일본에 되레 오염수 방류의 면죄부만 준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과학에 기초한 객관적 검증’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과도 배치된다. 이번 시찰과 관련해서 여야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시민사회의 합리적 요구는 묵살당했다. 윤 정부의 기조 자체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한다는 방증이겠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시찰의 한계 역시 명백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정쟁의 불쏘시개로 비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 측이 “시료 채취도 없고 시찰단 명단도 없고 언론 검증도 없는 ‘3무 깜깜이’ 시찰”이라고 공세를 강화하자, 여당은 “‘뇌 송송 구멍 탁’ 수준의 괴담으로 공포를 자극하면서 ‘닥치고 반일’ 몰이에만 혈안”이라고 표현 수위를 높였다. 전선은 일부 전문가들이 가세하면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 공방이 가열되면 가열될수록 오염수 안전 문제는 그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연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소중한 생명이 정쟁 거리로 소비되는 것만큼 우려스러운 일도 없을 터이다. 어쨌든 시찰단 활동이 시작됐으니 이를 안전성 검증의 또 다른 기회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찾는 게 옳다. 그러려면 이제 정부가 이후의 시찰 결과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민간 검증단을 참여시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부울경은 오염수 방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부산시는 시찰단 참여를 요구했던 것처럼 지역민을 위한 각종 정보 확보와 시민 의견 수렴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찰을 안전성 검증의 마지막 단계라고 미리 단정 지을 이유는 없다. 향후에 있을지도 모를 검증 작업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