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1회 완충에 부산서 서울 가고도 100km 더 간다
긴 주행거리에 1만 대 사전 계약
자사 역대 플래그십 차종 중 최다
3D 언더커버 형상 공기저항 줄여
회생제동 성능 개선 등 노력 반영
기아의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EV9’의 사전계약 물량이 1주일여 만에 1만 대를 돌파했다. 이 브랜드의 역대 플래그십 차종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으로 패밀리용 대형 SUV의 공간성과 1회 완충시 501km의 긴 주행거리가 인기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부산에서 서울(약 400km)까지 주행하고도 100km가 남을 정도다.
지난 19일 경기도 광주 어반프레임스튜디오에서 EV9의 PE(파워 일렉트릭) 시스템과 공력 성능, 회생제동 등을 담당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소속 책임연구원 3명을 만나 개발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신용수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과 손병관 전동화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 김태헌 제동설계팀 책임연구원이다.
EV9은 800V 고전압 시스템에서 10%에서 80%까지 차량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4분이다. 앞서 출시한 기아 ‘EV6’나 현대차 ‘아이오닉5’가 80% 충전시 18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6분 정도 더 걸리지만 대용량배터리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편이다.
EV9의 저항계수 0.28의 공력성능과 kWh당 4.2km의 복합 전비(국내 2WD 19인치 휠 기준)는 일반적으로는 높은 수치가 아니지만 공차중량 2.5t에 3열 대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비슷한 크기의 타사 전기 SUV가 107.1kWh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주행 가능거리가 400km 중반대인 점과 비교하면 EV9의 효율은 뛰어난 수준이다.
신용수 책임연구원은 “EV9은 패밀리형 전기차로 디자인이 정해진 상황에서 최적의 동력성능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면서 “가장 효율적인 공력(차와 공기의 마찰)을 설계하기 위해 타사 전기차의 모형을 분석하고 디자이너들과 공력 관련 사례들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이 EV9에 처음으로 적용된 3D 언더커버다. 차량 바닥을 앞부분은 아래로 볼록하게, 뒷부분은 오목한 형태로 구현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주행시 고속으로 회전하는 바퀴는 공기 저항을 크게 만드는 주요 저항체”라며 “3D 언더커버 형상을 통해 전후륜의 휠과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여냈다”고 했다.
EV9에는 99.8kWh의 4세대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있고, 대형 SUV인 만큼 기존 전기차보다 부하량이 높아 이를 개선하는 연구들도 진행됐다.
전동화시스템 부분을 담당한 손병관 책임연구원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램프류와 워터펌프, 오일펌프, 냉각 시스템(모터·배터리 관련)을 개선해 전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사운드시스템 앰프와 전장(전자장비) 계통에서도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작업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EV9의 1·2열 시트에 탑재된 ‘저전력 열선’도 처음으로 적용됐다. 기존 열선시트 대비 소비전력을 15~20% 줄여 동절기 주행거리 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EV9은 중량과 패키징을 개선한 2세대 IEB(통합형 전동 부스터)를 처음으로 탑재하고, 회생제동 성능을 개선해 작동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고감속 영역(급정거)’의 회생제동 성능 개선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김태헌 책임연구원은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가 작동할 정도로 빠른 감속 시에도 효과적으로 전기를 재활용하는 수준까지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면서 “여러 노면 조건에 따라 테스트도 마쳐 다양한 환경에서 회생제동을 최대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EV9은 다음 달 국내 출시된다. 차값은 어스 2WD의 경우 8181만 원에서 시작하고, 각종 프리미엄 옵션과 4WD, GT-라인 트림까지 선택할 경우 1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