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 “친환경이 미래 부산 먹여 살릴 고부가가치 제조업”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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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음산단에 탄소포집 제3공장
수도권 일극 체제 장기화 아쉬움
부산, 새로운 아이템 개발 올인해야

“제조업 불황이라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제조업 체질을 바꿔야죠!”

부산을 대표하는 친환경 설비 전문업체인 ‘파나시아’ 이수태 대표를 상징하는 단어는 ‘먼저 선(先)’ 자다. 선견과 선수, 선제와 선점의 ‘사선(四先) 경영’이 그의 철학이다. 이 대표는 “역사를 봐도 모든 기술은 전쟁에서 탄생했고, 전쟁의 기술인 병법은 경제 분야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파나시아의 경영 철학처럼 이 대표는 시장을 먼저 보고, 시장을 먼저 선점하며 빠르게 사세를 키워왔다. 2019년 국제해사기구가 선박의 평형수와 황산화물을 규제하자 이를 해결한 저감 설비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파나시아는 직전 해의 5배가 넘는 3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년 뒤인 2021년부터는 매출 급감을 무릎 쓰고 번 돈을 대부분 연구 개발비로 돌렸다. 파나시아가 눈을 돌린 새 시장은 탄소 포집이다. EU가 이산화탄소를 명분으로 수입 제품에 별도의 관세를 매기는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이를 대비한 행보다.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에서 기공식을 가진 제3공장이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탄소 포집 장치 올인원 설비이다.

이 대표는 “제3공장에서 250명의 인력을 고용하겠다고 부산시에 약속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철강과 비료, 시멘트 등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압도적인 기업은 파나시아의 탄소 포집 기술이 없으면 앞으로 제대로 된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 대표는 “탄소중립이 화두가 된 시대를 맞아 탄소 포집 기술을 갖춘 제3공장과 수소 개질 원천 기술을 가진 제2공장까지 치고 나가면 부산에서 협력업체까지 1500명 이상의 대규모 고용이 가능하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은 수도권 인근에서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반드시 깨부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산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후 조선업계에서 일하다 범아정밀로 경영자의 첫발을 내디딘 이 대표는 스스로를 ‘쟁이 출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여전히 부산을 먹여살릴 건 제조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성공 확률이 떨어지고 마이스 산업은 부침이 있지 않았느냐”며 “꾸준히 부산을 먹여 살려왔고 앞으로도 먹여살릴 건 첨단 제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수도권 일극 체제가 장기화된 탓에 부산이 스스로를 낮춰보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을 갖추고 있고, 울산이라는 대형 산업도시가 배후에 버티고 있는 이만한 사업 환경은 어디를 봐도 찾기 힘들다”며 “긍지를 갖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서 제조업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산에서 청년이 유출되는 원인이 교육이니 문화니 하지만 결국 젊은 사람이 원하는 생태계와 일자리 제공이 핵심 과제이다”며 “남들은 다들 ‘연구 인력을 부산에서 어떻게 모을래?’라며 걱정하지만 나는 부울경에서 다 인력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역설했다. 직원의 대학 진학을 지원해 온 파나시아는 앞으로 계약 대학원까지 운영해 전문 인력을 직접 키워낼 계획이다.

이 대표의 소신은 파나시아부터 금양, 코렌스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제조업체가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부산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제조업체라고 해서 대기업이 먹고 남은 걸 먹고, 대기업이 차려주는 밥상에만 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고 그래서 외로울 수 밖에 없지만 그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운명”이라며 웃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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