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침수 통합정보, '인명피해 제로' 믿어도 되나
올여름 폭염에 남부 집중호우 전망
첨단시스템 현장 실행력 뒷받침돼야
올여름 폭염과 함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잇따라 재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구온난화에 엘니뇨까지 가세하면서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동남아와 중국, 미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벌써부터 기상이변이 감지되고 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이 잦아지고 있는데 올여름 기상이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마침 부산시가 자연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고 하니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첨단시스템으로 ‘인명피해 제로’를 만든다는데 실행력이 관건이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을 통해 올여름 우리나라는 평년보다 덥고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5~7월 엘니뇨가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의 6~8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엘니뇨 발생 시기의 기후 특성을 감안하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강한 엘니뇨’(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어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우려된다. 강한 엘니뇨는 강한 태풍도 몰고 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종합 대책을 통해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도시침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강우량, 하천 수위, 침수 예상도, 도로 통제, 대피 경로, 재난 감시 CCTV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재난문자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았는데 이제는 시스템을 통한 적극적 대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맨홀 뚜껑 등 시설에 대한 점검도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쪽방촌과 노숙인 밀집 지역 등 취약 지역의 폭염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전기료 인상에 폭염까지 겹치면 냉방비 폭탄으로 취약 계층의 여름 나기가 더 힘겨울 수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이 큰 물난리를 겪고도 ‘반지하 제로화’ 등 대책에 대한 지자체의 실행은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해안가와 하천변 저지대 등 취약 지역이 곳곳에 산재한 부산도 예외일 수 없다. 2014년 8월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폭우로 2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고도 2020년 7월 동구 초량동 제1지하차도에서 또다시 3명이 숨지는 참사를 반복한 전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에도 시는 CCTV를 통한 실시간 재난 경보 등 첨단시스템을 내세웠지만 정작 재난이 닥치자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에서 실질적 재난 관리가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올해는 전례 없는 기상이변 우려도 높다고 하니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