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개인기에만 매달린 기업 협찬 구하기 관행, 고칠 때 됐다 [BIFF, 위기를 기회로]
국·시비 받고도 고질적 예산 부족
인맥에 기댄 예산 확보도 한계점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화려한 레드카펫이 있지만, 고질적인 예산 문제도 존재한다. BIFF는 지난해 국비 22억 8000만 원과 시비 72억 원을 받고도 수억 원대 적자를 냈다. 올해 국·시비 98억 8000만 원을 지원받아도 예산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BIFF 측은 예산 관리 필요성 등을 앞세워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 임명을 추진했다.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위원장은 지난 12일 BIFF 직원들에게 “영화제는 작년에도 마이너스(적자)였다”며 “(지난 2월에도)예산의 디테일(세부 내역)이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용관 이사장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출에 맞춰 수입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내가 지치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은 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영위원장 임명만으로 구조적인 예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BIFF는 국·시비 지원과 자체 수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커진 상태다. 2019년에는 2016∼18년 단기 스태프의 시간 외 수당 지급으로 12억 원 규모의 빚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직원 월급을 주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자 부산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BIFF 운영비를 시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부산시 국제영화제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신설됐다.
모자라는 예산은 결국 기업 협찬 등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BIFF 직원 A 씨는 “영화제는 연간 40억 원 정도 협찬을 받아야 운영된다”며 “300편 넘는 영화를 200여 편으로 줄여도 매년 적자 폭은 더 커지는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이용관 이사장이 협찬을 받아오는 일에서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이 기여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 협찬 등 예산 확보 문제를 시스템이 아닌 특정 인사의 네트워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영화학과 교수는 “이번 신임 위원장 임명 강행을 둘러싼 BIFF 파행에는 돈과 인사, 세대교체 문제가 다 엮여 있다”며 “영화제의 오래된 네트워크를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점에서 반드시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