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따라 빈집들이 전시장으로… 전포돌산공원 아래 작은 마을의 변신
폐·공가 8곳에서 청년 작가 전시
‘문화마을의 꿈’ 예술적 실험 눈길
전포돌산공원 아래 작은 마을. 구불구불 골목을 따라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다.
(주)정은 정은숙 대표는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 산 65-27 일대’를 ‘월하마을’이라고 부른다. 밤에 아름다운 동네라서 ‘월하(月下)’이다. 월하마을 프로젝트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대표는 옛 백제병원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폐·공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포돌산공원 아래에 위치한 196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화려한 도시에 고즈넉함이 있는 동네가 하나 정도는 살아 남아야지 싶었죠.”
정 대표는 2012년부터 이 마을에서 집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를 심고 꽃도 가꿨다. 삶의 기억이 담긴 마을을 남기는 일에 ‘문화’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 대표는 경남 남해군 브라운핸즈 라키비움 남해 전시에서 만난 전진우 작가에게 월하마을을 소개했다. 마을을 둘러본 전 작가는 2030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에는 ‘이 구역의 예술가는 나야’라는 뜻을 가진 비영리 예술단체 팀 이구예나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브, 초원, 전진우, 최정호, 이찬주, 장우성, 어누리, 박혜진, 조은서, 윤보경, 정의지 총 11명으로 부산부터 서울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이다.
‘2023 이구예나 프로젝트-부산’은 지난 4월 가이드 작업을 시작으로 심포지엄과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가졌다. 5월 7일부터 시작된 전시 ‘기억합시다-예술가의 기억법’은 마을 내 8개 빈집에서 열린다. 마을 위 도로에서 내려다보면 각 전시장 지붕 위에 ‘에어리어(Area) 1~7’까지 표시가 되어 있다. 지도처럼 전시장 이동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집 위쪽에 정의지 작가의 사슴 조각만 설치된 ‘에어리어 0’은 향후 부산 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빈집 안에 꽃·나무를 가꾸는 동산바치를 캐릭터화한 작품, 할머니의 베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연날리기 등 전통 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을 주변 식물을 채취해서 말린 어누리 작가나 이제는 사라진 대우자동차 부산공장에 대한 기억을 다룬 장우성 작가 등 전포동의 역사와 자연을 다룬 작품도 눈길을 끈다.
월하마을 첫 전시는 30일까지 열린다. 정 대표는 “이곳은 암반 위에 집을 지은 곳이라 개발도 쉽게 되기 어려운 지역”이라며 “앞으로 2년 정도 문화적 실험을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정은은 부산문화재단 2023년도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굿모닝 예술인’에 선정돼 이혜진 작가와 매칭됐다. 정 대표는 이 작가와 함께 월하마을에서 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논의 중이다. “이곳이 문화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