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넘어도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 바늘구멍”… 재취업 막막한 ‘부산 5060’
물가 상승으로 생계비 부담 상승
상의 “10명 중 8명 재취업 희망”
단순노무·초단기직도 경쟁 치열
고령층 노동 참여 유인책 급선무
부산의 고령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최근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생계 유지가 힘들어진 탓에 퇴직 후에도 재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노동자는 사회 활동 참여에 만족감을 느끼지만 열악한 고용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았다.
부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조 모(61)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다. 3년 전 퇴직한 후 퇴직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조 씨는 그 돈만으로는 부부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도 높아져 2025년에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자녀가 있는 조 씨는 자녀에게 한 푼이라도 더 보태 주고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새 직장을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취업은 조 씨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인,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지원할 수 있는 업무는 청소, 주차 관리 등 단순노무직뿐이었다. 그마저도 경쟁률이 높았다. 마음에 드는 근무지는 1~2개월짜리 초단기 일자리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조 씨는 구직 활동을 병행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닐 계획을 세웠다.
조 씨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라도 하나 가져야 할 것 같아 교육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적당한 월급에 보람을 느낄 만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쉬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2년째 경비로 근무하는 김 모(64) 씨는 최근 일자리를 찾고 있다. 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그만둔 뒤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한 그는 20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열심히 근무했지만 두 달 전 입주민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수소문했지만 지금은 경비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70세까지 일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김 씨는 “경비원 경쟁률이 평균 50 대 1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면서 “하루라도 젊을 때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예 취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만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재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노동자는 응답자 200명 중 169명(84.5%)을 차지했다. 고령자 재취업 사유로는 재무적 요인(49.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 지속(21%), 자아실현(20%)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 노동자의 희망 근로 연령은 70세 이상이 가장 많았다.
고령층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 유지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하려는 욕구를 가진 고령층에게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실제로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가 지난해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가자 14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가자 중 121명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변한 참가자는 18명이었고, '불만족했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1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는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면서 "민간기관이 고령 노동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문정 부연구위원은 “고령 노동자 채용 시 보조금 같은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필요하지만 회사가 고령 노동자를 채용할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노동시장에서 고령층 채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