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사회 속에서 인간의 길은 어떠해야 하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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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하창수 <책 속을 걷다 2> 출간
25일 백년어서원서 독자와 만남 행사

독서인의 두꺼운 면모를 보여주는 <책 속을 걷다 2>를 출간한 하창수 문학평론가. 부산일보 DB 독서인의 두꺼운 면모를 보여주는 <책 속을 걷다 2>를 출간한 하창수 문학평론가. 부산일보 DB

1980년대 부산에서 무크지 <지평>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하창수(68)는 독서인이다. 2021년 낸 책의 2편으로 <책 속을 걷다 2-인간의 시선이 닿은 곳을 따라>(전망)를 냈는데 독서인이라는 그의 면모가 독특하다. 지식 소통의 장이 협소해 그는 유폐와 집중의 장으로서 ‘책 속을 걷는’ 일을 스스로 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권이 인간에 대한 보편적·추상적인 질문과 답을 추구했다면, 470여 쪽에 이르는 이번 2권은 역사와 사회 속에서 인간의 길은 어떠해야 하나를 캐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질병과 사회의 질병’이란 이름으로 쓴 6편 글이 그런 점을 보여준다. 그중 3편은 슈바이처 장기려 이태석을 다뤘는데 그들은 신앙을 바탕 삼아 실천적 의료를 베풀었다. 다른 3편은 프란츠 파농, 노먼 베쑨, 체 게바라를 다뤘는데 의사였던 그들은 사회의 질병 치료에까지 나아간 사회적 안목의 사람이라고 한다. 개인적이든, 역사적이든 실천하는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새로운 삶과 혁명가의 등장, 새로운 깊이와 체제의 실험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어쩌면 그가 독서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그 ‘멈추지 않음’의 일환일 것이다.

<책 속을 걷다 2>. 전망 제공 <책 속을 걷다 2>. 전망 제공

그는 이제껏 11권의 책을 냈는데 그 책들의 제목에서 ‘암벽’ ‘집’ ‘길’ ‘걷다’라는 단어가 일별된다. 인간은 세계의 암벽에 늘 맞닥뜨려 있으며, 그것에 맞서 영혼의 골격을 세우는 것이 집을 짓는 일이다. ‘암벽’과 ‘집 짓기’가 정주의 색채가 짙다면, ‘길’과 ‘걷다’는 머물지 않는 유목의 도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 도정에서 인간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길은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길도 걷고 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걷는 것이 인간의 일인 것이다.

‘혁명과 정치’ ‘자기와 성찰’ ‘영혼과 색깔’ 등 22편 글이 들어 있는 이번 책을 놓고 독서인 하창수는 25일 오후 6시 30분 중앙동 백년어서원의 ‘제77회 사람을 꿈꾸는 책’ 행사에 나와 철학박사 이수경 씨의 진행으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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