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공소장 변경 신청… 성범죄 혐의 추가 수순 [제3자가 된 피해자]
피해자 속옷·청바지 DNA 재감정 결과도 도착
“강간 살인미수 혐의 적용 가능… 징역 12년 ↑”
DNA 검출됐다면 초기 수사 부실 비판 불가피
성범죄 시도 의혹 제기했으나 증거 부족 등으로 배척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다 3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피고인의 혐의가 살인미수에서 강간 살인미수로 변경된다면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12년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에 지난 23일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2일에는 대검에서 실시한 피해자 속옷과 청바지에 대한 DNA 재감정 결과도 검찰과 재판부에 통보됐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공소장 변경 신청 내용이나 DNA 재감정 결과를 공판 전에 미리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소장 변경 신청 내용과 DNA 재감정 결과는 오는 31일 오후 예정된 공판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피해자의 의류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피해자 의복에 대한 DNA 감정 결과가 공소장 변경 신청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1심까지 적용된 살인미수 혐의 대신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살인미수로 혐의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강간살인죄는 최대 형량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미수범 감경을 한다고 해도 법정형이 상당히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심에서도 피해 여성의 속옷 등에 DNA 감정을 진행했으나 가해 남성의 DNA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피해 여성 측은 범행 당시 속옷이 소변 등에 의해 상당히 오염된 상태라 제대로 된 검사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의류의 단추나 벨트 부분을 대상으로 DNA 재감정을 진행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만일 피해 여성의 의류에서 피고인의 DNA가 나왔다면 초기 수사 부실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기관은 오피스텔 CCTV 영상에 기록된 무차별 폭행에 대해서만 송치·기소를 했고,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철저히 ‘제3자’로 배제된 피해자는 수사진행상황이나 피고인의 진술 등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결국 피해 여성은 CCTV 영상 등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안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홀로 분투해야만 했다.
한편 피고인은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피해자를 길에서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가해 남성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피해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찼다.
피해자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자 가해 남성은 피해자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가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성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양형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