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이사회, 조종국 위원장 사퇴 권고
24일 임시이사회 개최 현안 논의
허문영 위원장엔 즉시 복귀 촉구
중립 인사로 혁신위 구성도 제안
이용관 이사장 올 영화제 후 사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 석연찮은 ‘공동 위원장’ 체제(부산일보 5월 10일 자 1면 등 보도)가 촉발한 BIFF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대승적인 퇴진을 요구한 셈이다.
BIFF 이사회는 올해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사의를 표시한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조건 없는 복귀를 촉구하고,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BIFF에 누적된 문제를 점검하고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사퇴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BIFF는 이날 오후 3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부산국제영화제 현안 논의’를 위한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18명 중 13명이 참석해 현안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9일 임명된 조 신임 운영위원장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BIFF 정관 개정을 완료하지 않아 아직 이사가 되지 않은 데다 영화계 안팎에서 퇴진 요청이 거센 상황 등을 고려해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BIFF 이사회는 이날 조 위원장에게 자진 사퇴해줄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IFF 남송우 이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영화제를 사랑하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달라고 이사회에서 권고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임명 철회를 요청하는 안건을 올리는 대신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허 위원장의 즉시 복귀를 촉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남 이사는 “오는 31일 허 위원장과 이 이사장의 허심탄회한 면담을 촉구하기로 했다”며 “이사진 중 남송우, 이청산 등이 함께 허 위원장을 만나서 복귀를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조건 없는 복귀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 이사회 때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남 이사는 “BIFF의 새로운 비전과 발전 방향 설정,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 점검, 차후 신규 이사장 선임과 30주년 준비 등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기로 했다”며 “중립적, 객관적, 독립적인 영화제 안팎의 인사와 영화계 인사, 젊은 영화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오는 10월 영화제 이후 사퇴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남 이사는 “BIFF는 부산 시민의 자산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인의 거취보다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라며 “정상적 개최를 위해 집중이 필요해 이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종료한 후 사퇴하는 것으로 여론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조 위원장의 사퇴를 공식 권고함에 따라 이제 공은 조 위원장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사회 직후 〈부산일보〉 취재진이 조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영화계는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끼웠다고 보고 있다.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이사진이 영화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종국의 사퇴를 권고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혁신위원회에 지역과 전국 영화인, 시민문화계 인사가 참여하고, BIFF가 도약할 수 있게 빨리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위 구성 때 세대와 성별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인사 A 씨는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인사 문제”라며 “한 세력이 너무 오랫동안 장악하고 있으면 문제가 되고, 세대교체도 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혁신위 논의에 꼭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