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명계 ‘전권 혁신위’ 요구… ‘이재명 체제’ 요동
윤건영 “모든 것 내려놓고 혁신을”
‘포스트 이 대표’ 논의 불 붙여
친명계 ‘항전’ 의사 밝히며 반발
비명계와 본격 충돌 우려 높아
‘대의원제도 개편’도 뜨거운 논란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체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아름다운 퇴진’이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당에선 혁신위원회 구성 요구가 본격화됐다. 친명(친이재명)계가 ‘항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포스트 이재명’ 논의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전권을 갖고 당을 뜯어고칠 혁신 기구를 구성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친문(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전면적인 혁신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권한'이라며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권 혁신위’ 구성은 이재명 체제의 실질적 종료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에게 주어진 마지막 ‘권한’이 혁신위원장 임명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오는 11월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전망이 있었다.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한 뒤 비명과 친명의 합의 속에서 당권을 내려놓는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최근 ‘김남국 사태’로 이재명 체제가 크게 흔들리자 이런 협력 시나리오가 힘을 잃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으로 현역 의원들의 ‘총선 위기감’이 크게 높아졌다. 현장에서 유권자를 만나보면 여론 악화를 실감한다는 게 의원들의 반응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상황이 매우 나쁘다”면서 “지금 지역구 활동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론 동향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의 긴장감이 높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11월로 예상됐던 ‘아름다운 퇴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명계와 비명계가 본격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비명계에선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25일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연대 서명’이 나왔다. 연대 서명은 혁신을 요구하는 청년정치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참여하는 형식이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일부 당원의 청년에 대한)공격이 부적절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청년 공격)문제에 당이 적극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많은 의원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당 혁신에 대해 “기득권 중심이 아니라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의원들을 ‘기득권’으로 보고 당원의 의사가 반영된 혁신을 요구한 셈이다.
비명계는 친명계가 당의 대의 체제 개편 등을 통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더우 키우려고 한다고 본다. 실제로 민 의원은 당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대의원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면 당원이 많은 호남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영남은 민주당에서 정치적 입지를 대부분 상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 의원은 지난 24일에도 이 대표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당원 중심의 당 운영을 실질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당원 비중을 높일 경우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공천 등에서 친명계에 유리할 전망이다.
친명계가 강성 당원을 앞세워 지도 체제 유지는 물론 총선 공천에까지 영향을 주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비명계에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의원제도 개편은 사실상 이재명 사당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나 검찰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 제출이 당의 지도 체제와 관련,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