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나온 ‘돌려차기’ 피해자 “내 경험 살려 피해자 돕겠다” [제3자가 된 피해자]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토론회
서지연 부산시의원 주최 토론
방치됐던 피해자들 직접 나와
형식적 지원 그친 시 조례 대신
일상 복귀 도울 통합 정책 필요
맞춤형 지원 기관 ‘쉼표’ 발족
피해 당사자가 공동대표 맡아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집중하는 사법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부산일보〉의 기획보도 ‘제3자가 된 피해자’를 계기로 부산시의회와 부산시가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체계를 구축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 최초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피해자의 자립과 회복을 돕는 생애주기별 통합 지원 시스템을 지자체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이 25일 주최한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토론회’에는 최근 관심이 집중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피해자 박민지(28·가명) 씨는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현행 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박 씨는 “사건 당사자였지만 사건의 진행 상황, 피고인의 신상정보 등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피해자 신변과 알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범죄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동래구의회 천병준 의원, 부산시, 부산시의회,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현행법과 기존 사법 체계에서는 피해자의 알 권리가 박탈된 탓에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가 수사부터 재판의 과정에서 제3자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달 발생한 ‘초량동 노래주점 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건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들어 법원에 공개 신청을 했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이 당장 다음 주인데 정작 사건 당사자는 제3자처럼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도 알지 못한 채 방청석에 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시가 2017년 범죄 피해자 지원 조례를 마련했지만, 각각의 지원 시스템이 분절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서지연 의원은 “현행 부산시 범죄피해자 지원 조례는 지원금 지급에 그치거나 창구가 분산돼 있어 피해자가 이를 모르면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용, 보육부터 사법적 지원 등 통합적 돌봄의 관점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권승주 정책지원관은 “현 조례는 형식적 지원만 명시하고 있을 뿐 일상 복귀를 위한 연계 지원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생애주기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복지뱅크 등 복지 시스템과 같이 피해자 구호 조치부터 사법적 보호, 사회 복귀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범죄 피해자의 회복적 지원 방향에 동감했다. 부산시 최정미 여성권익증진팀장은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체계가 구성되면 부산시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범죄 피해자 지원 인프라와 연계해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암 환자 애프터케어를 지원하던 사단법인 ‘쉼표’가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단체로 새롭게 변신해 ‘쉼표 시즌2’의 막을 열기로 했다.
암 환자를 지원하던 사단법인 ‘쉼표’를 통해 범죄피해자 지원과 연구를 병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쉼표’는 범죄 피해자의 범죄 직후부터 일상 복귀까지 전 과정 통합 돌봄 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범죄 피해자 당사자가 ‘쉼표’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려 피해자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범죄를 겪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 피해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후속 지원 조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범죄 피해자의 생애주기별 통합 지원 시스템을 지원하는 조례 개정 작업과 함께 조례 개정 전까지 생기는 공백을 민간에서 채우는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는 셈이다.
‘쉼표 시즌2’를 발족시킨 서 의원은 “기존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즉각적, 구호적 조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범죄 이후 피해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며 “앞으로 ‘쉼표’에서는 범죄 피해자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구호 단계부터 신변 보호, 취업 지원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