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용 발판 전락한 부산 공기업 사장직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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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사 한문희 사장 사의 표명
‘코레일 사장 지원한다’ 이유 밝혀
전임 사장 이어 또 임기 중 떠나
도시공사 김용학 사장도 무기력
지역 밀착도 떨어져 존재감 미미
부산시 ‘외부 영입’ 실패 책임론

사진은 지난 2021년 11월 17일 박형준 시장이 부산시청에서 부산교통공사 한문희(오른쪽 두 번째) 사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지난 2021년 11월 17일 박형준 시장이 부산시청에서 부산교통공사 한문희(오른쪽 두 번째) 사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교통공사 한문희 사장이 임기를 절반만 채운 상황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직 공모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지역의 주요 공기업 대표 자리가 정부 기관 수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머물게 돼 지역 공기업의 위상 추락이 우려된다. 특히 부산도시공사 사장도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부산에 연고가 없는 외부 인사들을 부산의 핵심 공기업 수장으로 발탁한 부산시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25일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한 사장은 코레일 사장 자리에 지원하면서 이날 부산교통공사 사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2021년 11월 임명된 한 사장은 임기 3년 중 절반 가까이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한 사장 임명 당시 코레일 경영지원본부장 재직 시절 민영화 사업에 관여한 것을 문제 삼아 ‘부적격’ 의견을 냈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은 경영 능력을 높게 사 임명을 강행했다. 경기도 출신인 한 사장은 이전까지 부산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한 사장의 사의가 최종 결재되지 않았지만, 시와는 이미 조율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로서는 자발적 사의를 반려하더라도 이후 수장으로서의 조직 운영이 쉽지 않은 만큼 사의를 받아들이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한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부산교통공사 내부적으로 적잖이 동요하고 있다. 2021년 7월 이종국 전 사장도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공사를 떠난 뒤 한국철도공사가 최대주주인 (주)SR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공사 직원들은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나는 일을 잇달아 겪게 된 셈이다. 한 사장은 입장문에서 '사장으로서 소임과 도리를 다하지 못해 부산 시민과 공사 직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부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의 존재감도 미미하다는 업계의 평가가 많다. 건설업계 불황 속에 지역 건설업계의 맏형 격인 도시공사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특히 정부가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지역 건설업계의 고충을 받아들여 물가연동 사업비 조정 시행지침을 변경했지만, 정작 도시공사에서는 진척이 없다. 지침 변경 뒤 에코델타시티 18·19·20블록, 시청 앞 행복주택 1·2단지, 아미4 행복주택 등에 참여한 지역 건설업계 8곳이 도시공사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도시공사는 세부지침 마련과 다른 지역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추진에 미온적이다.

지역 업계는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내 부산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김 사장이 지역 건설업의 절박한 상황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업계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지침 변경과 동시에 빠르게 행정적인 부분을 풀어가야 하는데, 수동적인 자세로 임기만 채우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애초 시 산하 양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을 외부 인물로 발탁할 때부터 지역에선 우려가 컸다. 지역 실정을 전혀 모르는 인물인 데다, 참신성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중앙에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연고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평가가 만족스럽지 못해 임명을 추진한 시도 책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임명 시 지역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등 제대로된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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