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예고하자 정부 “불법 엄정 대응”
민주노총 “반 노동자 정책” 비판
31일 서울서 경고파업 결의 대회
대통령실 불법집회 강경 대응 천명
노란봉투법도 거부권 행사 전망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집회·시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민노총)은 이에 맞서 오는 31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예고하면서 정부가 ‘반노동자 정책’을 펴고 경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8일 “민노총의 불법집회와 시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기본적 책무”라며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불법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런데도 민노총이 또다시 노숙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오히려 법치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기조는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한 이후 더욱 단호해지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지난 16~17일 민노총 건설노조의 대규모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이 마비됐던 상황을 되짚으면서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
당정도 지난 24일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집회·시위를 제한하기로 하고 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적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집회, 편법 및 불법 집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가능성도 거론했다. 경찰도 지난 25일 서울경찰청에 경찰관 기동대 6개를 추가 창설하고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파업 노조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면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노조 개혁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3대 개혁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아온 부분이다.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주 69시간제 논란’ 등에 부딪히며 주춤거렸다. 하지만 최근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 성과로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다시 노조 개혁 드라이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민노총은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 명이 참여하는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민노총은 경찰이 합법적인 야간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왜곡하고 도로교통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거나 경범죄에 불과한 노숙행위를 빌미로 노동단체 집회를 원천 봉쇄하려 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경찰과 첨예한 갈등을 빚는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금속노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별도의 집회를 가진 뒤 이날 집회에 합류하기로 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평일 퇴근시간대에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집회이기 때문에 강경 대응하는 경찰과 반발하는 시위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건설노조 노숙집회와 관련, 민노총 간부 3명을 집회 다음날인 6월 1일 소환한 것도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노란봉투법 논란에 대해서도 민노총은 성명을 통해 '수백만 하청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며 신속 입법을 촉구하며 정부에 맞섰다. 한국노총도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