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데믹 시대 발등의 불로 다가온 고립청년 '은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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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4만 코로나 기간 61% 급증
심리 지원은 물론 공동체적 노력 필요


고립 청년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고립 청년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립청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이 청년 고립을 심화시킨 것이다. 고립청년은 외부와 단절하고 사회생활을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와 구직 활동을 포기한 니트족 등 사회와 연결되지 않고 고립된 청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청년실업과 온라인게임,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고립청년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는데 코로나가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시켰다고 하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년들이 고립되는 사회에 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미래의 희망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이 53만 8000명에 이르렀다. 청년 100명당 5명꼴로 고립청년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고립·은둔청년이 33만 4000명이던 데 비해 20만 4000명(61%)이나 급증한 것이다. 부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복지개발원은 지난해 실태조사를 통해 부산의 은둔형 외톨이를 최대 2만 2507명으로 추산했다. 특히 현재 은둔하고 있는 시민 52.4%, 과거 은둔 경험이 있는 시민의 73.9%가 20대 때 은둔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고립청년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이야기다.

고립청년은 그동안 방에 칩거하며 가족에 기생하는 특정 기질의 부정적 이미지로만 묘사돼 왔다. 그러나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고립청년들은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직장 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상처를 입고 스스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 유대감이 약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 누구든 고립청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고립청년은 고립장년, 고립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년기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청년기는 성인기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교육과 고용의 단절은 만성적 실직, 빈곤, 건강 악화, 고독사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

코로나 세대 대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어 앞으로 고립청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립청년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공동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최근 고립·은둔청년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도 지난해 고립청년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일보〉가 〈서일본신문〉과 공동으로 한국의 고립청년 실태를 추적하고 한국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겪은 일본 사례를 통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고립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심리 지원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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