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낙화놀이
논설위원
작년 말에 나온 그룹 방탄소년단 RM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인 ‘들꽃놀이’ 뮤직비디오에는 경남 합천 황매산이 등장한다. 억새가 넘실거리는 황매산의 탁 트인 풍광이 유장한 아름다움으로 흐른다. 뮤직비디오 막바지에 아름다운 불꽃놀이 장면이 클라이맥스로 펼쳐지는데, 바로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다.
방법은 먼저 한지에다 숯가루를 넣어 길게 접은 뒤 이를 두 겹으로 꼬아 꽈배기 형태의 낙화봉을 만든다. 이를 호수나 연못에 가로질러 설치한 긴 줄에 매달아 불을 붙이면 된다. 현대의 불꽃놀이처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점점이 흩뿌려지듯 날리는 불꽃이 몽환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낙화놀이는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조선 시대에는 전국 곳곳에서 이를 즐겼다고 한다. 보통 삼월 삼짇날이나 사월 초파일, 단옷날, 바쁜 농사일을 끝낸 마을에서 농부들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시행됐다고 전해진다.
일제 강점기 때 대부분 중단된 뒤 해방 이후 차츰 복원됐는데, 현재 경남 함안군에서 사월 초파일께 진행되는 낙화놀이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매체에 소개되면서 함안군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도 지역을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함안군이 이 때문에 전국적인 곤욕을 치렀다. 27일 낙화놀이에 무려 5만 명이 몰리면서 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처음 예상했던 2만 명의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리자, 교통 혼잡·마비에 통신마저 끊기면서 대혼잡이 벌어졌다. 안전을 우려한 함안군이 행사장 진입을 막으면서 낙화놀이를 구경하지 못한 관광객의 불만까지 비등했다. 결국 함안군은 군수 명의의 공식 사과문까지 내놔야 했다.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가 도리어 최악의 축제로 비난만 받은 셈이다.
사람이 지나치게 몰려도, 반대로 너무 적게 와도 골치인 게 지역 축제다. 힘들게 왔는데, 축제를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관광객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많은 인파의 안전을 위해 행사장을 통제한 지자체의 조치를 나무라기도 마땅하지 않다. 다만, 코로나 사태 종식으로 많은 관광객이 예견됐는데도, 이에 대처하지 못한 행정의 안이함은 문제다. 이번에 호된 곤욕을 치렀으니, 내년에 또 이런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