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고립 부추겨… 팬데믹 상황도 두려움 키워”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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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유영경 매니저

참가자 상담·그룹 담임 맡아
“달라진 모습 보면 무척 뿌듯
학교 내 상담제도 강화했으면”

‘위닛캠퍼스’ 상담사 이민희 매니저(왼쪽)와 유영경 매니저. 이재찬 기자 ‘위닛캠퍼스’ 상담사 이민희 매니저(왼쪽)와 유영경 매니저. 이재찬 기자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의 경험이 증폭돼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오랫동안 사회에서 고립돼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수업 출석조차 힘들어하고 자기표현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참가자들이 고마움을 표현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습니다.”

위닛캠퍼스에서 담임 교사 같은 역할을 하는 직업상담사 이민희(34) 매니저의 말이다. 위닛캠퍼스에 등록한 고립청년을 일대일로 밀착상담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한 그룹을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을 찾은 청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등록 이유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상담 결과를 종합하면 팬데믹 영향이 짙다. 이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정서적·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된 청년이 많다”며 “팬데믹으로 관광·항공 분야 채용이 대폭 줄어들었고, 실습이 필요한 직군에서 실습을 못 하니 전직을 고민하는 청년의 참여가 늘어나는 등 이전과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유영경(46) 매니저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채용 시장이 어려워지자 구직을 단념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청년이 많이 생겼다”며 “구직 단념이 길어지면서 회복이 필요한 청년, 비대면에 익숙해져 대면 상황에 당황한 청년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경제적인 이유로 구직을 중단하고 포기하는 청년도 꽤 많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1개월 단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20만 원의 지원금을 줬는데, 올해는 5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씩 지원하는 조건이라 경제적 이유로 지원한 청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청년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문의만 하고 최종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중도 탈락자도 꽤 된다. 이 매니저는 “심각한 경우 위닛캠퍼스 신청을 위해 클릭하는 용기를 내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렸다는 친구도 있다”면서 “상담만 받고 가는 비율이 15~2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유 매니저는 “올해 1기 중 수업을 2번밖에 안 들었는데 공황장애가 심하게 와서 앞으로 참석을 못 하겠다고 전화로 알린 경우가 있었다”며 “정신적 이유로 참여가 어려운 분도 있지만, 부모와 함께 살며 주거나 식비가 해결돼 ‘20만 원만 있어도 사는데 왜 일을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청년까지 사례는 다양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모두 오랫동안 고립청년과 함께하면서 공감과 상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매니저는 “학창 시절 따돌림 경험이 있는 청년이 대부분인데, 공통적으로 ‘방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청소년 시절부터 학교에서 마음을 터놓고 고민과 진로를 상담할 수 있는 학교 내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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