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더 안전한 바다, 흩어진 데이터 융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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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기관 데이터 연계해 'MTIS' 구축
빅데이터 활용 해양사고 예방 첫걸음
실시간 교통정보·사고 위험 예보까지
"해양교통안전 혁신에 국민 관심 필요”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통해 해역별 사고 위험도 등 더 정확한 해상교통정보가 제공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세종 본사 운항상황센터에서 전국 여객선 입출항과 운항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통해 해역별 사고 위험도 등 더 정확한 해상교통정보가 제공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세종 본사 운항상황센터에서 전국 여객선 입출항과 운항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경영 혁신’ 개념화를 선도한 20세기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데이터 측정이 어떻게 성과로 이어질까? 측정으로 정량화된 현상의 객관성은 문제를 해석하는 방향키다. 이에 따른 판단은 인간 행동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측정은 관리와 개선으로 가는 초석이다.

측정, 관리, 개선의 선순환은 안전관리에도 적용된다. 30년 전부터 원전, 항공, 의료 등 고위험 산업계는 측정, 즉 데이터를 통한 안전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원자력발전소 같은 산업 공정의 안전관리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전산처리 기술로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 문제는 교통, 정부, 도시 같은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특성을 가진 시스템의 안전관리다. 해양교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해양교통 분야는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관리가 특히 까다롭다. 먼저, 각 선박이 사용하는 통신 기술이 다양한 데다 통신 표준도 미비해 데이터 연계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바다 공간의 특성도 선박 운항상의 위험 요소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기에 불리한 조건이다. 거기다 바다는 물자와 여객이 오가는 수송로이자, 선상 노동을 하는 선원에겐 변화무쌍한 일터이기도 하다. 안전관리를 위해 측정·관리·개선해야 할 데이터가 세세하단 뜻이다.

해양교통정보 시스템 구축에 긴요한 과제는 운항관리·선박검사·해양환경·해양사고 등 기관별로 산재한 데이터의 융합이다. 나아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해역의 위험도를 예측하고 경고 정보를 제공하는 식의 새로운 모형이 현장에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건·사고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들을 분석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활용된다. 해역별, 상황별 등 여러 맥락을 고려한 해양 안전 지식도 생성할 수 있다.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해양수산부 등 8개 기관의 데이터를 연계해 구축한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https://mtis.komsa.or.kr, MTIS)이 이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MTIS는 해양사고·선박위치·해양기상·선박검사·선박운항 등 여러 빅데이터 정보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합해 시각화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항해자는 MTIS의 실시간 해상교통정보를 통해 바다 위 선박 밀집 구간을 파악해 안전운항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상예보에 따른 ‘해역별 사고 위험도’도 MTIS로 알 수 있다. 선주와 선사가 소유 선박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연안여객선 157척의 운항 여부와 실시간 위치, 도착시간 등을 알 수 있는 여객선 교통정보 서비스(PATIS)도 포함된다.

MTIS 구축으로 우리는 빅데이터 등 과학기술로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첫걸음마를 뗐다. 앞으로는 데이터의 수집 범위를 확대하고, 흩어진 다중 데이터를 통합·융합하며 또다시 새로운 길을 내야 한다. 특히 육상과 달리 해양사고는 인적요인에 대한 수집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방안이 시급하다.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1996년에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어느새 국민과 함께한 지 스물여덟 해를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이립(而立)을 앞둔 독립과 도전의 나이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MTIS 구축사업도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신(新)해양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안전한 바다’는 필요충분조건이기에, MTIS를 통한 해양교통안전 패러다임의 혁신에 국민, 정부, 산업계 등 모두의 관심과 지혜를 바란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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