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바이든, 당선 축하서 ‘신경전’
서방, 글로벌 강국 야심 튀르키예 경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평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축하 전화를 건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F-16 전투기 구매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축화 전화를 건 자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족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 사저로 이동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에르도안과 통화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그는 여전히 F-16 전투기에 대해 뭔가를 해결하고 싶길 원했는데, 나는 그에게 우리가 스웨덴에 대한 거래를 원하며 그 문제를 끝내자고 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200억 달러(약 26조 5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F-16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튀르키예의 친러시아 행보에 반발해 전투기 판매를 거부하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을 계기로 판매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찬성이 필수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찬성하면서도 스웨덴에 대해선 자국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옹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튀르키예가 F-16을 구매 절차를 서두르고 싶다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라는 일종의 거래이자 압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날 스웨덴이나 F-16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양국 관계의 모든 측면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는 입장만 내놨다.

당선 축하 전화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인 미국은 물론 서방은 사실상 종신집권 토대를 닦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옛 오스만 제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튀르크 민족주의로 무장한 그가 튀르키예를 다시 글로벌 강국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을 구체화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편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 시간)한 투표장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200리라(약 1만 3000원)짜리 지폐를 나눠주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돼 논란을 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