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진격 시기 결정했다”… 우크라 대반격 임박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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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사령부 회의서 시점 확정 밝혀
굳어진 땅, 서방 무기 지원 등 조건 갖춰
동시에 DMZ 설치 등 종전 조건 제시
러 “우크라 공격 야망 여전” 부정적 입장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군이 쏜 이란제 샤헤드 드론(무인기)이 격추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8일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군이 쏜 이란제 샤헤드 드론(무인기)이 격추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8일 건립 기념일을 맞은 키이우에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한동안 전열을 정비한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러시아를 상대로 대대적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종전 조건의 하나로 자국과 접경한 러시아 국경 지역에 비무장지대(DMZ) 설치를 제안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언제 진군할지를 이미 결정했다면서 대반격을 예고했다.

그는 “최고사령부 회의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전술 부대 사령관들의 보고가 있었다”면서 “탄약 보급, 새로운 여단 훈련, 우크라이나군 전술 등은 물론 (대반격) 시기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대반격 시기 보고)은 최고로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언제 진격할지 시기에 대한 것이다. 결정은 내려졌다”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여단들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는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며 임박한 대반격을 시사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은 봄철 해빙에 따른 진흙탕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지연 등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상당한 기간에 걸친 건조한 날씨로 땅이 굳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부대와 장비 이동이 수월해졌고,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전력 보강도 이뤄지면서 대반격 작전의 조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예고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우크라이나전 종전 조건의 하나로 자국과 접경한 러시아 국경 지역에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29일(현지 시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전후 체제의 핵심적 주제는 미래의 (러시아 측) 공격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돼야 한다”면서 “100~200km (폭의) DMZ 설치가 의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DMZ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서부와 서남부 지역인 벨고로드주, 브랸스크주, 쿠르스크주, 로스토프주 등에 설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포돌랴크 고문은 DMZ 구역에는 외국 군대로 구성된 국제평화유지군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군 철수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시점을 기준으로 한 양국 국경 회복 등을 요구해 왔다. 러시아가 지난해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자포리자주·헤르손주)은 물론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대해 사실상 협상을 거부하는 태도라고 반박해 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는 물론 다른 4개 점령지도 현지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비롯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미 러시아 영토로 귀속된 만큼 이 지역들의 반환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한 인사는 이날 포돌랴크 고문의 DMZ 설치 주장에 대해 “그들(우크라이나 지도부)이 현실에서 완전히 괴리돼 있고, 공격적 야망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28일(현지 시간) 건립 기념일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AP·로이터 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란산 드론으로 5시간 이상 키이우를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키이우를 겨냥해 날아온 드론 40대 이상을 격추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이우 시 당국에 따르면 솔로스키 지역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추락한 드론 파편에 맞아 숨진 남성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최소 3명이 다쳤다. 인근 7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시 당국은 설명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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