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길 먼 부산디지털거래소 발목 잡은 ‘김남국 코인’
가상자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 증폭
‘부산 미래 먹거리’ 흔들려선 안 돼
국회가 마침내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논란을 일으킨 무소속 김남국 의원 징계에 돌입했다. 30일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김 의원 징계안을 공식 상정한 것이다. 김 의원의 이전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위철환 윤리심판원장조차 “국민들이 국회의원에 가진 기대를 근본적으로 저버렸다”고 할 만치 사안은 위중한 것으로 판단된다. 진실 여부는 향후 심사나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테고 죄가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김 의원 사태’가 초래한 더 큰 문제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가중시키고 지역 경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사실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과 위믹스 상장폐지 등의 일을 겪으면서 가상자산 투자는 도박에 가까운 투기라는 인식이 더욱 커졌다. 이런 형편에 김 의원 관련 의혹은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증폭시켰다. 국회의원이 해당 사업자와 공모해 이득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결국 ‘그들만의 리그’라는, 불신을 넘은 배신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자칫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금융 당국, 정치권이 부랴부랴 시장 상황을 통제하려 나섰지만 현재로선 역부족으로 보인다.
불똥은 부산에까지 튀었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당초 부산시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의 최종안을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부산시는 30일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발표 시일을 연기했다면 향후 언제 다시 최종안을 발표할 것인지 밝혀야 할 터인데, 그 역시 확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부산시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김 의원 관련 의혹으로 가상자산시장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자칫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 자체가 좌초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는 2300조 원 규모 세계 시장을 노리는,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인 부산이라 가능성이 특히 크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국제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서는 금융 분권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사업이 일개 정치인의 일탈 때문에 흔들리는 건 만부당한 일이다. 부산시는 주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든든한 뒷배가 돼 줘야 한다. 가상자산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정비를 통해 ‘김남국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