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무엇을 위한 특권인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입법기관 독립성 위한 헌법 규정
법 취지 망각 국회의 남용이 문제
범위·한계 합리적 조정 고민해야
또 국회가 시끄럽다. 본래 시끄러워야 하는 기관이지만, 이즈음의 시끄러움은 원칙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참 불편함을 준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온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불체포특권 여부를 두고 그러했고, 국민의힘 의원 51명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기자회견을 한 것이 그러했다.
국회 쇄신 노력의 일환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현역의원의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를 위해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헌법상의 제도라는 점에서 의원 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들은 불체포특권의 남용과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privilege of freedom from arrest)은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수정 없이 인정되어 왔다. 비록 범죄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동의 없이는 의정 활동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게 하고, 이미 체포 또는 구금된 국회의원이라도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석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때문에 불체포특권은 얼핏 법 앞의 평등을 무시한 예외적 ‘특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법치주의를 지키고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서, 입법부의 정상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의 1603년 의회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불체포특권을 형사 구금과 관련하여 규정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불체포특권은 각 나라의 역사와 정치적 경험에 따라 구체적인 제도 내용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주국가는 국회 기능 보호를 위한 특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와 연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의원의 명백한 범죄 사실이 있는 경우에도 불체포특권이 남용되거나, 소위 방탄 국회를 열어 정당한 사법작용에 대한 부당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헌국회부터 21대 국회 중 2023년 3월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을 국회에서 처리한 사례는 총 59건으로, 처리 결과는 가결 13건, 부결 16건, 철회 4건, 폐기 26건이었다. 관련 죄명은 공금 부당 지출, 간첩 공모, 암살 공모, 시계 밀수, 부정선거,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뇌물 수수, 공갈, 직무 유기,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체포동의안의 가결률이 92%에 이르는 독일 의회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 국회의 현실이 이 논란의 바탕인 것이다.
지난 2월 한국갤럽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7%로, 폐지 반대 의견(27%)의 배를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 헌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는 헌법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제도 자체이건 운영 관행이건 간에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불체포특권에 대한 공정한 국회 관행이 확립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우리 헌법상 불체포특권의 핵심은 국회의 동의다. 체포동의안을 처리함에 있어 국회는 해당 의원에 대한 체포가 국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인지, 행정부와 사법부의 국회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제도 본래의 의미만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동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불체포특권 제도개선을 하려는 경우에도 헌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당장 개헌을 통한 폐지나 개선이 어렵다면, 국회법상 불체포특권의 범위와 한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합리적 조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형사상 중죄에 해당하거나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의원을 국민의 대표로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인지 우리 국민은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