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초진 환자, 휴일·야간 때 상담은 가능 처방은 불가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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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1일부터 시범 실시

화상진료 원칙… 음성통화 예외적 허용
진료 후 필요 시 약국 지정 처방전 발급
진찰료·약제비 30%씩 환자 추가 부담
복지부 “3개월 계도기간 적용 후 보완”
소아청소년 의사 “초진 일부 허용 우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다음 달부터는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시행된다. 전화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사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다음 달부터는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시행된다. 전화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사 모습.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방안은 ‘초진’ 허용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지난 17일 당정협의를 통해 공개된 시범사업 초안에서는 소아 진료에 대해 휴일·평일 야간 시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포함됐으나,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보건복지부도 입장을 선회했다.

초진 허용에 대해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의료계는 안전성을 강조해 재진 위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계에서는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을 위해 초진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논의 끝에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의료 약자에 대해서만 일부 초진을 허용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완적 진료 방법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소아과 초진 시 처방 불가

쟁점이었던 소아청소년과 진료도 재진을 원칙으로 한다. 소아의 경우 자신의 증상에 대해 제대로 드러내기 어려운 만큼 비대면으로 진료할 경우 오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소아과 비대면 진료에 대해 강한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소아 환자는 휴일·평일 야간에 한해 초진일 때도 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아이가 A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휴일·야간에 A 병원이 문을 닫았다면 B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처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처방이 없으면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살 딸을 키우는 김 모(43) 씨는 “열이 나거나 증상이 보일 때 처방까지 받아서 약을 먹어야 의미가 있는데, 처방 없이 상담만 받을 수 있다면 크게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 역시 초진을 일부 허용한 것이라 보고,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30일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복지부가 아이들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들한테 도박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면서 “현장 전문가 입장에서는 분명히 이 제도를 운영하다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아의 경우 증상이 급격히 변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비대면 진료로는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번 추진방안을 통해 의료공백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응급 진료 필요 여부를 알 수 있고, 보호자에게 적절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비대면 진료 어떻게?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받을 수 있다. 해당 의원에 같은 질환으로 진료받은 경험이 있을 때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그 외의 환자는 30일 이내 대면 진료 기록이 있어야 한다.

대상환자가 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만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다.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하며, 스마트폰이 없거나 활용이 곤란해 화상 진료가 불가능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음성통화로 진료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 진료 후 필요시 처방전 발급을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약국을 지정하면 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처방전을 전송한다.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 본인 수령이나 대리 수령 등 방식을 결정하면, 약사가 구두와 서면으로 복약지도 후에 의약품을 전달한다. 재택수령의 경우 ‘보험료 경감고시’에 해당하는 섬·벽지지역에 거주하거나,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 질환자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수가는 시범관리 사업료가 추가 지급되면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돼 비판도 나온다. 의료기관의 경우 진찰료에 더해 진찰료의 30% 수준에 달하는 시범사업 관리료를 받는다. 약국도 약제비에 비대면 조제 시범사업관리료 30%를 더해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비대면 진료만 전담하지 않도록, 비대면 진료와 조제 건수 비율을 월 전체 건수의 30%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3개월간은 계도기간이 적용되며, 복지부는 향후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분석을 통해 보완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으로 제한된 범위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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