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즐비한 부산 중구 대청로, 세계적 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임시수도기념관~제1부두 연결
부산연구원 세계유산 학술포럼
등재 후 지역 활성화 사례 소개
부산시는 지난해 12월에 7여 년 노력 끝에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렸다. 근대 유산과 도심지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진하는 국내 첫 사례로, 국내의 우수 근대 유산의 보전에 큰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세계유산 최종 등재는 2028년이 목표다. 7년여 노력 중 핵심 유산은 1911년 조성됐다는 부산항 제1부두였다. 문화재청이 잠정목록 등재에 동의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제1부두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였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다시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 중구청과 중구의회가 올 들어 “유네스코 등재가 중구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구 내 세계유산 구성유산 전부의 등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중구에는 총 9곳 중 제1부두, 부산근대역사관, 옛 부산측후소, 3곳이 있다). 현재 부산항 제1부두에 공공시설을 짓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와 문화재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연구원이 1일 오후 3시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층에서 여는 ‘2023년 세계유산 등재추진 연구협력사업 제1차 학술포럼-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지역발전’은 3개의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세계유산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학술행사다.
심혜승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는 ‘세계유산의 지역가능한 지역 활성화’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등재 후 관광객이 늘어난 국내외 통계치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지역경제 변화를 발제한다. 영국의 경우 세계유산 관련 2011~2019년 고용 증가율이 24%로 다른 경제분야 13%의 거의 2배에 가깝다는 것과, 백제역사유적지 중 익산 미륵사터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전후인 2014~2015년 관광객 수를 보면 43만 명에서 73만 명으로 70% 증가했다는 통계 등이 제시된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가 ‘세계유산으로서의 부두 보존과 활용’이란 주제로 세계유산 또는 보호 대상의 부두들을 지역 활성화의 장치로 활용 중인 전 세계 사례를 소개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으로 유산 가치를 확대하면서 예를 들면 제1부두를 ‘빛 축제가 벌어지는 부두’ ‘부두 캠핑’ ‘일출·한밤 요가’ 등 장소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임시수도기념관~제1부두에 이르는 일직선상의 대청로는 세계유산이 즐비한 세계적 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한다. 부두의 온전한 보존이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비엔날레와 지역 공간의 활용’이란 주제로 제1부두에서 펼쳐졌던 2022년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성과를 소개한다. “한국 근대사에 의미 있는 장소인 부산항 등을 활용한 덕에 부산비엔날레는 세계 10대 전시에 꼽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의 비엔날레 평가에서 국내 최초로 1등급을 받기도 했다.
토론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송인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유재우 부산대 교수, 전성현 동아대 교수, 남윤순 아키텍케이 건축사 사무소 선임연구원이 나선다.
세계유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문화재인 부산항 제1부두의 문화재 등록은 필수사안이다. 현재 단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부산시 등록문화재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관계자는 “세계유산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려는 것이 학술포럼의 목적”이라며 “세계유산은 지역 활성화의 방해꾼이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 매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