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 비정상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
빠른 맥박 ‘빈맥성’은 돌연사·뇌졸중 유발할 수 있어
약물 치료에도 재발 땐 냉각풍선절제술 등 시술 진행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팔목의 맥박을 손가락으로 체크해 보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심박수는 분당 60~100회다. 심박수는 심장이 뛰는 속도를 말한다. 맥박은 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동맥의 벽에 닿아서 생기는 파동이다. 심장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혈액이 온몸으로 흐르기 때문에 심박수와 맥박수는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맥박수가 정상 범위보다 적거나 많다면 심장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다.

■‘나의 맥박은 정상일까’ 체크를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이다. 부정맥은 크게 60회 미만의 낮은 맥박인 서맥성 부정맥과, 100회 이상의 빠른 맥박인 빈맥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심장의 구조에 따라서 심실에서 발생하는 심실조기박동, 심실 빈맥이 있고 심방 및 심실 위쪽에서 발생하는 심방조기박동, 심방빈맥, 심방세동, 심실상성 빈맥이 있다. 빈맥은 위치에 따라 돌연사와 뇌졸중과 같은 증상이 올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부정맥은 가족력과 관련성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자는 나이와 고혈압이다. 선천적으로 없어야 할 회로를 가지고 태어나서 전혀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도 꽤 있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팔목의 맥박을 손가락으로 체크해 보는 것이다. 맥박이 빠른지, 느린지, 규칙적인지, 불규칙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앱으로 부정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심전도 검사이다. 24~48시간 동안 몸에 부착하는 활동 심전도인 홀터 모니터를 통해 진단한다. 최근에는 패치 형태의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도 많이 이뤄진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는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약간씩 증상이 다르지만 환자 대부분이 두근거림을 주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며 “심실조기박동이나 심방조기박동과 같은 조기박동 환자는 마치 맥이 빠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맥박이 매우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맥박이 너무 느리다고 호소하거나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부정맥은 크게 자동능(심장이 스스로 박동하는 능력) 항진, 방아쇠 효과, 회로에 의해서 발생한다. 자동능 항진이나 방아쇠 효과에 의한 부정맥은 스트레스 상황 등 없어야 할 맥박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잘 발생한다. 심장의 섬유화 등에 의해 전기 파동이 깨지면서 부정맥이 유발되기도 한다. 회로에 의한 부정맥은 선천적으로 없어야 할 회로가 심장세포의 전기 전달시기, 즉 불응기가 풀리는 시기와 맞물려 회로를 형성하게 되면서 일어난다. 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근 손상이 생기는 경우에도 회로에 의한 심실성 빈맥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심장내과 임성일 교수가 부정맥 환자를 시술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약물 치료 받아도 계속 재발 땐 시술

빠른 맥박인 빈맥성 부정맥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를 시작한다. 약물 치료를 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재발하면 고주파열이나 냉각풍선 등의 에너지를 이용한 카테터 시술을 시행한다. 제세동기 삽입술은 빈맥성 부정맥 중 심실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급사 위험이 있는 경우에 진행한다. 서맥성 부정맥이 심하면 영구형 심박동기 삽입술을 시행한다.

부정맥 약물 치료를 하면, 맥박을 만드는 동(sinus)과 방실접합부, 심장의 전깃줄에 해당하는 푸르키네 섬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서맥성 부정맥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 부위를 고주파열로 손상을 줘 치료하는 방법이다. 냉동풍선 절제술은 이상 부위에 풍선을 삽입한 후 영하 50도 이하로 얼려 부정맥 발생을 치료한다. 최근의 부정맥 시술 트렌드는 간단하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냉동풍선 절제술은 기존 치료법인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보다 시술 시간을 거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어서 최근에 많이 이뤄지며,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카테터 끝에서 PFA(Pulsed field ablation)라고 하는 강한 전기충격을 심장 근육에 주는 시술은 주위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행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과 적절한 근력 운동을 통해 혈관병을 예방하면 부정맥 예방 효과가 있다.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 근육의 섬유화에 의해 발생하는 부정맥의 경우 알코올과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음주를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금연도 중요한 요소이다.

임성일 교수는 “부정맥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부정맥이 아닌지 확인해 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대한부정맥학회 홈페이지 등에 부정맥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있으니, 본인의 부정맥이 어떤 것이고 치료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