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공약 사업 ‘부산문학관 건립’ 다시 표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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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서 결정한 부지 중심부
조형물 이전 기초 공사 마무리
시, 위치 조금 이동 땐 가능 입장
조각가 “재이동은 있을 수 없어”

문학관 관련 예산도 감감 무소식
추진위 열어 대책·대안 찾아야

부산문학관 부지로 도출한 ‘어린이대공원 입구’의 원형 광장이 메워지고 조형물 지지를 위한 콘크리트 기초공사까지 마무리됐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부산문학관 부지로 도출한 ‘어린이대공원 입구’의 원형 광장이 메워지고 조형물 지지를 위한 콘크리트 기초공사까지 마무리됐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부산시장 공약 사업으로 부산문학 진흥의 핵심 공간인 부산문학관 건립이 다시 표류(부산일보 1월 11일 자 2면 보도)하고 있다. 부산시는 6대 광역시 중 가장 뒤늦게 공립문학관 건립에 발을 뗐다.

지난해 연말 추진위에서 부산문학관 부지로 도출한 ‘어린이대공원 입구’ 현장을 최근 둘러보고 놀랐다. 어린이대공원 입구 조형물을 이 부지로 옮기기 위한 기초 공사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진행돼버린 것이다. 부산문학관 부지 중심부에 해당하는 ‘치안센터 뒤편 원형광장’이 메워진 채로, 조형물 지지를 위한 콘크리트 기초 공사까지 이미 마무리된 상태였다.

이 부지로 옮기기 위한, 어린이대공원 입구 권달술 조각가의 조형물 해체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관련 공사의 일환으로 공원 입구 치안센터도 이미 철거됐다. 이러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부산시 관계자는 “조형물을 조금 위치 이동시킬 수 있다면 이 부지에 부산문학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대책 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한 번 옮긴 조형물을 또 옮긴다는 것은 작품 훼손 우려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권달술 조각가의 입장이다.

‘어린이대공원 입구’의 원형 광장 이전 모습. 부산일보 DB ‘어린이대공원 입구’의 원형 광장 이전 모습. 부산일보 DB

애초 계획대로라면 부산시는 지난 연말에, 늦어도 올해 초에 ‘어린이대공원 입구’ 현장을 부산문학관 부지로 확정 발표하고, 올해 관련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올해 운영방식을 선정하고, 전시 방향을 정립하는 등의 관련 사업이 산적해 있다. 부산문학관 건립은 향후 3~4년 이상이 걸리는 사업이다. 착착 추진해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리는 사업인데, 올해는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실정이다. 이곳을 부지로 확정하는 건은 거의 물 건너간 셈이며, 올해 부산문학관 건립 관련 예산도 전혀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 마디로 감감 무소식인 것이다.

일을 따져 보면 어처구니없게 당초 용역단계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해당 부지는 시의 다른 국에서 이미 2년 전에 예산까지 확보한 ‘어린이대공원 진입광장 공사’ 대상 부지였다. 그러나 이런 사정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채로 해당 부지는 2022년 5~10월 진행된 부산문학관 건립 용역에서 부산문학관 부지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됐고, 10월 말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도 가장 유력한 부지로 제시된 것이다. 그런 용역을 바탕으로 부산문학관 추진위는 지난해 연말 이 부지를 부산문학관 부지로 결정했다. 부산시 공원정책과 관계자는 “부산문학관 용역 과정에서 해당 부지에 대한 어떠한 문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통상 말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벌어진 셈이다.

용역단계에서 부산문학관 부지로 제시된 ‘어린이대공원 입구’(노란색 부분) 부지. 가운데가 원형 광장 위치다. 부산일보 DB 용역단계에서 부산문학관 부지로 제시된 ‘어린이대공원 입구’(노란색 부분) 부지. 가운데가 원형 광장 위치다. 부산일보 DB

부산문학관 사업을 주관하는 부산시 문화체육관광국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지난 6개월간 조형물을 옮기는 공간을 놓고, 해당 조형물 작가인 권달술 조각가 설득 작업에 나섰다. 해당 부지의 정중앙이 아니라 구석 쪽으로 조형물을 옮길 때 이곳에 부산문학관을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어떤 조각가가 자기 작품이 구석 쪽에 박히는 것을 허락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역시나 5번 이상 접촉했다는, 6개월간에 걸친 조각가 설득 작업은 무위로 끝나버렸다.

결과적으로 부산시의 부산문학관 추진은 계속해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건립 계획을 한 차례 무산시킨 적이 있고, 2022년 추진위를 구성하고 관련 용역을 진행해 부지를 도출했으나 또 헛발질에 이른 셈이다. 어수룩한 행정을 탓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6대 광역시 공립문학관 현황을 보면, 대전(2012) 인천(2013) 대구·울산(2014)은 건립한 지 10년 안팎에 이르고, 광주는 올 연말 개관할 예정이다. 요컨대 부산만 공립문학관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아직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현 단계로서는 부산문학관 추진위를 열어 그간 경과를 보고하고, 과연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지을 수 있는 것인지, ‘어린이대공원 입구’가 아니라면 부산문학관을 어디에 지어야 할지에 대한 대책과 대안을 도출하는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기초 콘크리트 공사까지 완료하고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인 조형물을 한 번 옮긴 뒤에 또다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시민 세금을 그렇게 낭비해서도 안 되는 이중삼중의 일’이라는 지적이다. 남송우 추진위원은 “이미 용역단계와 그간의 추진위 회의를 통해 부산문학관 부지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있었다”며 “이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논의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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