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어선업계, 집안싸움 접고 해상풍력 저지 공동전선 편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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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연합회 9일 발족 활동
통영·고성 등 53개 단체 참여
풍력·일본 오염수 등 현안 대응
“생존권 위해 실력행사도 불사”

경남 어선업계가 오는 9일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를 발족한다. 지난해 2월 통영시에서 열린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 해상시위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어선업계가 오는 9일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를 발족한다. 지난해 2월 통영시에서 열린 ‘어업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 해상시위 모습. 부산일보DB

경남 어선업계가 모처럼 손발을 맞춘다. 조업 구역 갈등, 혼획 논란 등으로 쌓인 업종 간 해묵은 갈등을 털고 해상풍력 등 다양한 생존 위협에 힘을 합쳐 맞서기 위해서다.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공동회장 최필종, 이성민)는 오는 9일 경남 통영시 멸치권현망수협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4일 밝혔다. 연합회는 각종 분쟁을 어민 스스로 조정·해소할 소통창구이자 협력기구다. 특히 무분별한 해상풍력단지 개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등 각종 현안 공동대응에 구심점 역할을 한다.

단체 결성을 제안한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 업계를 중심으로 통영·고성·남해·사천지역 53개 어선업 관련 협회와 자율공동체가 함께한다. 최우선 과제는 해상풍력 저지다.

현재 통영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이다. 총 계획 면적 150㎢,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규모다. 해상풍력은 수심 20~50m에 평균 풍속이 초속 6m를 넘어야 사업성이 확보된다. 욕지도 주변은 동·서·남해안을 통틀어 이를 충족하는 몇 안되는 최적지다.


2019년 뷔나에너지(옛 욕지풍력(주))가 욕지도 서쪽 8km 해상(구돌서 일원)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32㎢ 면적에 14~17MW급 풍력발전기 27개로 밑그림을 그렸다. 2021년 6월엔 현대건설(주)이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 47㎢에 8MW급 발전기 28기를 꽂겠다며 허가를 득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주)도 욕지도 남쪽 해상(갈도~좌사리도 일원) 풍황계측을 완료하고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IS동서(주)가 서쪽~서남쪽 해역 21.93㎢에 748MW급 단지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 일대가 경남 어선업계 최대 조업지이자 첫손에 꼽히는 황금어장이라는 점이다. 욕지도 인근은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으로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이다. 이 때문에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인근 해역 대부분이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발전기 설치·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허술한 허가 요건과 정부의 형식적인 심사가 무분별한 해상풍력사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주요 국가는 어업활동 등 해역이용현황과 해양환경을 종합 고려해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면 어민과 협의를 거친 후 사업자를 정한다. 반면 국내에선 민간사업자가 입지 발굴부터 전 과정을 주도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인허가 여부만을 판단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풍황계측지점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맹점을 악용해 해상풍력임에도 바다가 아닌 좌사리도 남쪽 끝단 등대섬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는 꼼수까지 부렸다. 심지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어민은 배제한 채 욕지도 주민 동의서만 받아 신청서에 첨부했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이를 ‘주민수용성’ 근거로 인정해 사업을 허가했다.

협의회는 해상시위 등 생존권 사수를 위한 실력행사를 비롯해 제도적 허점 보완에도 집중한다. 최필종 협의회장은 “해상풍력은 어민 생존권을 강제로 박탈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협의회를 통해 어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관철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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