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기장 다시마
논설위원
다시마는 주로 국물 맛을 내는 데 쓰지만 고기나 회를 싸 먹어도 좋다.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이 사람 몸에 좋다. 다이어트나 노화 방지, 면역 증강 등의 약리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만능 식품인 셈이다.
다시마는 차가운 바다에서 잘 자란다. 오랜 문헌에는 우리나라 해안에도 자연산 다시마가 많았다고 나온다. 동해안의 강릉 앞바다가 유명했는데, 이때 다시마는 게다시마로 불리는 토종이었다. 하지만 바다가 점점 오염되면서 토종 다시마는 이제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요즘 시중에 보이는 다시마는 대부분 오래전 일본에서 포자를 가져와 키운 양식산이라고 알면 된다.
양식 다시마로 유명한 곳이 부산 기장군이다. 2007년 다시마 특구로 지정됐을 정도다. 다시마로는 전남 완도의 것도 좋지만, 기장 다시마는 특출하다. 그래서 2009년 ‘Gijang Dried tangle’이라는 이름으로 ‘지리적 표시 수산물’로 등록됐다. 수산물 지리적 표시제는 해당 수산물의 특성이 그 지역만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공인하는 제도다. 기장 다시마는 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다시마인 것이다.
실제로 기장 다시마는 유달리 크고 단단하며 짙은 빛깔에 윤기가 흐른다. 기장 앞바다가 물살이 세고 한·난류가 교차해 영양분이 많은 덕이다. 품질이 워낙 좋다 보니 다시마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으로 수출도 한다. 기장 다시마를 맛본 일본 사람들이 평소 최상급으로 치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산 다시마에 버금간다며 ‘엄지척’을 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다시마는 키우는 것 못지않게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햇볕에 가능한 한 빨리 말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때깔과 맛이 현저히 떨어져 제값 받기 어려워진다. 그런 이유로 다시마 생산 어민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누울 자리는 없어도 다시마 널 자리는 있어야제!”
다시마 말릴 땅을 구하지 못해 기장 어민들이 애를 태운다는 소식이다. 다시마를 널기 위해 빌리던 부지의 땅값이 근래 급격히 오르면서 임차료까지 덩달아 치솟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하릴없이 산에 올라 다시마를 말린다고 하니,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싶다. 안 그래도 해수온도 상승으로 다시마 양식의 미래가 불투명한 형편인데 이런 일까지 겹쳤으니 이러다 기장 다시마를 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기장군, 부산시는 물론 정부 부처까지 모두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