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 한 방에 4강…김은중호, ‘어게인 2019’ 한 경기 남았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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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현 헤더 골로 8강서 나이지리아 1-0 꺾어
한국팀 8골 중 4골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
이탈리아 넘으면 U-20 월드컵 첫 정상 희망도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최석현이 연장 전반 헤더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최석현이 연장 전반 헤더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트피스 한 방으로 거머쥔 승리였다. 김은중호가 정교한 세트피스 결승골로 또 하나의 ‘4강 신화’를 썼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중앙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이 헤더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로써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이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 이룬 최초 위업이다.

이날 김은중호는 ‘플라잉 이글스’ 나이지리아를 맞아 수비에 중점을 두며 역습으로 맞섰다. 전반적인 경기 주도권은 나이지리아가 가져갔다. 공격 점유율에서 한국은 32%-46%로 밀렸고 슈팅 수 역시 4개-22개로 열세였다.

다만 나이지리아도 조심스러웠다. 공세는 펼쳤지만, 포백 라인은 뒤쪽에 두고 한국의 빠른 역습에 대비했다. 슈팅 수에 비해 경기 양상은 팽팽했다. 한국의 탄탄한 수비망에 막혀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날카로움을 잃었다.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헤더 결승골을 성공시킨 최석현이 김은중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헤더 결승골을 성공시킨 최석현이 김은중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0-0 균형을 깬 건 세트피스였다. 연장 전반 5분 이승원(강원FC)이 올린 코너킥을 수비수 최석현이 앞쪽에서 머리로 방향을 돌려 골문 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이 골이 이날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세트피스 한 방으로 앞서간 한국은 결국 1-0 승리를 따내며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의 업적을 이뤄 냈다.

세트피스는 이번 대회 김은중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김은중호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5경기에서 넣은 8골 중 4골이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이었다.

세트피스 4골은 모두 주장 이승원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 1골 4도움을 작성 중인 이승원은 도움 4개를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기록했다. 강호 프랑스를 격파한 1차전(2-1)에선 선제골을 직접 넣은 뒤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이영준(김천 상무)의 헤더 결승골을 도왔다. 온두라스와의 2차전(2-2)에선 코너킥을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의 헤더 동점골로 연결했다.

에콰도르를 상대한 16강전에선 나이지리아전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승원의 코너킥을 최석현이 헤더 골로 마무리했다. 에콰도르전 3-2 승리로 이끈 이승원-최석현 조합은 8강전에서도 재가동돼 4강 진출의 주역이 됐다. 공격포인트 5개를 기록 중인 이승원은 골이나 도움 1개만 더하면 직전 대회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따낸 이강인(2골 4도움)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1983년 멕시코 대회(옛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포함 통산 세 번째 U-20 월드컵 4강을 달성한 한국은 FIFA 주관 대회에서만 다섯 번째 4강 진출의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4강에 올랐다. 가장 좋은 성적은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기록한 준우승이다. 런던 올림픽에선 남자 축구가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앞세운 채 경기장을 돌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앞세운 채 경기장을 돌며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중호의 4강전(준결승전) 상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전날 열린 8강전에서 콜롬비아를 3-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D조에서 한국이 8강전에서 이긴 나이지리아에 0-2로 졌지만, 우승 후보 브라질을 3-2로 꺾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김은중호가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넘어선다면 2019년 대회 준우승 기록에 도달하게 된다. 결승에 오른다면 내친김에 첫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우승후보들이 중도 하차한 가운데 한국의 정상 등극도 결코 먼 일이 아니다.

김은중 감독은 “기대도 없었고, 우려가 많았다.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잠재력이 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며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자기도 모르는 최고의 잠재력을 꺼내는 것 같다”고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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