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 피해여성 “신상공개는 살아남은 피해자에게 더욱 절실”
“합법적 신상공개 절차 기다려” 입장 전해
“피해자 죽어야 하는 신상공개 실효성 없어”
입원 당시 항문서 피 나와…“성범죄 입증 추가 증거”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한 유튜버가 가해 남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가해자의 SNS 계정마저 알려지자 피해 여성이 “합법적인 신상공개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에만 신상공개가 이뤄지는 현행 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5일 피해 여성은 <부산일보>에 “해당 유튜버에 신상공개를 부탁한 적이 없다”며 “많은 시민들이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합법적인 신상공개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인 A 씨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출생지, 혈액형, 전과 기록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카라큘라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도를 넘은 사적제재 행위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보복 범죄 두려움에 떨고 있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상공개의 후폭풍으로 A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피해 여성은 합법적인 선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현행 신상공개의 맹점을 지적했다. 피해 여성은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대부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야 시행되고 있다. 피해자와 국민의 알 권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상공개 취지에 맞지 않다”면서 “신상공개가 절실히 필요한 건 피해자가 살아있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경찰 수사단계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재판부가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한다면 부수적으로 신상공개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검찰이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혐의를 변경한 만큼 재판부가 신상공개 명령을 함께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 피해 여성은 이날 가해자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사건 직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피해 여성의 항문에서 다량의 피가 나왔던 것이다. 가해 남성 측은 최종 변론까지 성범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은 “입원 초기에는 생리를 시작해 눈치를 채지 못했으나 피가 나오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항문외과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며 “지난해 8월 탄원서를 제출할 때도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성범죄 혐의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