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 안 되는 힐링의 시간”… 돗자리 깔고 클래식에 취하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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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시민공원서 파크 콘서트
부산시향·KBS교향악단 공연

1만 4000여 명 잔디광장 메워
"너무 좋았다" 시민 평가 이어져
연주자들 “외국에 있는 듯” 호평

시 “행사 매년 정례화 적극 검토”

최수열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최수열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는 청중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앙코르로 ‘부산찬가’ 등 두 곡을 연주하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퇴장하는데도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청중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만큼 ‘클래식 파크 콘서트’ 감동이 컸고, 여운을 즐기려는 듯했다.

무대 뒤에서 만난 최수열(부산시향 예술감독) 지휘자 역시 “다들 너무 아쉬워해서 앙코르로 한 곡 더 준비할 걸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지휘자는 “제가 6년째 부산시향에 있으면서 이런 걸 정말 하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할 수 있었다”면서 “시립교향악단이, 오케스트라가 시민에게 해 줄 수 있는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고 기뻐했다.

지난 3일과 4일 오후 6시 30분 이틀 동안 부산시 주최·주관으로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는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어린 자녀 손을 잡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끼리, 친구와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든 잔디광장은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클래식 음악 청중이 된 소중한 기회였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부산시립합창단 등이 연주한 첫날 8000여 명, 바로 다음 날 부산시향 연주에도 6000여 명이 찾는 등 이틀간 1만 4000여 명의 부산 시민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에 빠져든 행복한 밤이었다.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보는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 모습. 첫날 3일은 정명훈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부산시립합창단 등이 공연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보는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 모습. 첫날 3일은 정명훈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부산시립합창단 등이 공연했다. 부산시 제공

프랑스 프로방스 자택에서 이번 연주를 위해 부산을 찾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첫날 공연이 끝나고 기자를 만나 “저한테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평소 클래식 연주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분들한테 이런 ‘파크 콘서트’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부산시에서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주자 입장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첫날 협연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은 SNS에 “오늘 선곡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필립포의 아리아는 마에스트로가 콕 찍어 준 덕분에 처음 불렀는데 새 레퍼토리로 올릴 수 있었다”고 감격했다. 소프라노 박소영은 “고향 부산에서 노래할 수 있어 더 뜻깊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테너 박승주나 소프라노 박소영은 부산 출신이다.

둘째 날 협연자로 나선 첼리스트 송영훈은 “야외인데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정말 좋았다”면서 “부산의 파크 콘서트 개최 소식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송영훈과 함께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는 “마치 외국의 어느 공원에 있는 것 같았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야외 콘서트인데도 피아노도 최고급 스타인웨이로 준비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보기 위해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찾은 청중 모습. 이날은 최수열 지휘로 부산시향이 공연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보기 위해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찾은 청중 모습. 이날은 최수열 지휘로 부산시향이 공연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시민 반응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이 야외 콘서트 음향 문제를 언급하며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야외에서 즐기게 된 클래식 공연에 대한 즐거움과 새로운 시그니처 프로그램의 탄생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너무너무 좋았고 말로 표현이 안 되는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시민공원 근처에 사는 주민으로서 아주 큰 혜택을 받은 날이죠~.” “양산에서 왔어요. 부산 시민이 부러워요.” “클래식의 품격이 느껴진 음악회였어요.” “부산이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뉴욕 센트럴파크 콘서트가 생각나는 부산 파크 콘서트였어요.”

4일 오후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최수열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일 오후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미리 만나는 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최수열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첫날 피크닉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박형준 부산시장도 본 연주가 끝나자마자 환호하면서 기립박수를 쳤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시민들이 기뻐해서 제가 다 힐링이 되었다”면서 “매년 이맘때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열어 정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창한 주말 날씨가 절반의 성공을 보탰지만, ‘부산의 자부심’을 갖게 해 준 ‘낭만의 밤’은 이미 내년을 예고하는 듯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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