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전쟁 피해 고향 떠난 러시아인 최대 130만 명”
신변 위협·군 동원령 주원인
기업 구인난 등 러 경제 악영향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을 피해 망명길에 오른 러시아인이 최대 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130만 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했다. 포브스지 역시 러시아 당국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에만 60만∼100만 명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첫 번째 탈출 행렬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4월에 시작됐다. 주로 신변에 위협을 느끼거나 러시아 내 미미한 반전 움직임에 실망한 이들이 고국을 떠났다.
망명 흐름은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뒤 더 거세졌다. 강제 징집을 피하려는 남성과 그 가족들이 대거 망명길에 오르면서 조지아나 카자흐스탄 국경에는 며칠 동안 긴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발칸반도, 코카서스,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임시 거주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BBC는 보도했다. 또 유럽연합망명청(EUAA)에 따르면 EU 회원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이들도 약 1만 7000명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20년 초반보다 3배가량 많다. 다만, 이들 중 망명 승인을 받은 사람은 2000여 명에 불과하다.
망명자 대부분은 50세 미만이며, IT 전문가, 언론인, 디자이너, 예술가, 학자,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하던 이들이다. 이들 상당수가 러시아에 남은 이들보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대도시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교육받은 부유한 사람이 돈과 함께 고국을 떠나는 것이 러시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최대 민간 은행인 알파 은행은 러시아 전체 노동력의 1.5%가 러시아를 떠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대다수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이어서 러시아 기업들이 인력 부족과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전쟁 초 러시아인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인 1조 2000억 루블(한화 약 19조 6000억 원)을 인출했다고 보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