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격' 되돌아보게 하는 보훈부 승격·동포청 출범
기억·믿음·추모가 국가 정체성 토대
희생 영웅 정신 모아 융합·발전 동력으로
6일은 제68회 현충일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얼을 위로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을 지켜 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현충일 추념식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보훈처에서 국가보훈부로 공식 승격한 이후 첫 행사이기 때문이다. 국가보훈부 박민식 초대 장관은 “국민이 보훈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지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가보훈부로 출범하면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국가 품격에 맞는 보훈 정책 실현이라는 약속도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그런 약속과 정신 하나하나가 나라를 바로 세우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총칼로 국권을 강탈한 일제에 용감히 맞선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북한군의 남침에 맞서 목숨을 던진 6·25전쟁 전몰군경, 베트남전쟁 참전 유공자, 5·18 민주항쟁 유공자, 연평해전·천안함 등 참전 장병과 제대군인, 소방관, 경찰 등 광복과 국가 수호를 위해 순국 및 순직한 영웅들을 기리는 막중한 역할이 오롯이 국가보훈부에 달렸다.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을 국가가 기억하고, 예우하고, 책임지고,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다. 영웅들의 헌신과 국가적인 기억이 쌓여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게 된다.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을 기억하고 명예를 높임으로써 국가 발전의 동력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재외동포청 출범도 매우 고무적이다. 전 세계 190여 국가에 흩어져 있는 732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이제야 만들어진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주의 배경과 지역은 제각각이지만, 근현대사를 거친 우리 한민족의 아픈 역사이다. 올해는 미주 이민 120주년, 광부 파독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하는 재외동포가 민족 생존과 국가 안보에 큰 버팀목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을 합당하게 처우하고,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것은 한민족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이다.
현충일은 많은 피를 흘려 힘들게 대한민국을 지킨 고난과 영광의 역사를 되새기는 날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면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국격에 걸맞은 보훈 체계를 약속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영웅들이 흘린 피와 눈물에 힘입어 전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G8 수준의 선진국 대열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 봉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보훈이 국가의 품격을 결정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도 남겨진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면, 누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얼과 정신을 하나로 모아 국가 융합과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