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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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한반도가 다시 열강의 힘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격랑의 길로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을 최우선시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하자, 북한은 또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로 대응하고 이에 뒤질세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지원하며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에게 발령한 경계경보가 오발령으로 밝혀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거의 10분이 지나서야 국민에게 날려 보낸 문자 내용에는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너무 늦은 경계경보 발령도 문제지만 그 내용도 형편없는 것이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상당수의 국민은 이미 사상 당했고, 살아남은 국민도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평화 번영 정책을 가짜 평화라고 규정하고 힘에 의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강변해 온 윤석열 정부로서는 국민에게 얼굴을 들기 어려운 낯 뜨거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적의 공격에 대해 대국민 경보조차 제대로 발령하지 못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운운하는 윤 정부의 모습에 국민은 허탈한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한·미·일, 북·중·러 한반도 대치 국면

경계경보 오발령 등 허둥지둥 일색

미·일·중·러 군사력 존재감 키우고

북한, 핵 개발 통해 체제 안정 도모

군사 충돌 시 남북한 주민만 피해

국민 위한 군사·안보 정책 펼쳐야

이번 상황을 보면서 도대체 윤 정부가 지향하는 안보는 누구를 위한 안보인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은 북핵과 한·미·일 군사 협력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 계속해서 군사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정학적 공간을 마련했다. 중국과의 G2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봉쇄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 코앞인 한반도에서 자국의 군사적 존재감이 강화되는 작금의 상황이 내심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정부는 우익화된 자민당 정부다. 일본 우익을 주도하고 대변하는 아베 전 총리 이후 방어만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일본의 전통적인 전수방위 원칙은 무너졌다.

그 이후 일본 정부는 2015년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고 동맹국이 공격 받을 경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교전권을 확보했다. 평화헌법 9조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한 것이다. 이렇듯 일본은 아베 전 총리 이후 차근차근 군대를 가진 정상국가화를 추진하고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었으며, 이제는 미·일 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 등을 통해 동북아와 동아시아 그리고 아태 지역까지 그 군사적 영향력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북핵과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해 일본이 불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더욱이 기시다 총리는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으면서도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도 이에 호응했다는 뉴스다. 그리고 중국은 이에 질세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아무리 쏘아 올려도 이번에도 또 대화로 해결하자고 판에 박힌 내용을 반복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이고 외교적인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 한반도 영향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수록 북·중·러 공조도 강화되는 과정에서 중·러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가 요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를 바라보며 무언가 별로 힘을 쓰지 않고도 꽤 많은 것을 얻었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 보수는 우경화된 일본보다 북한의 김정은과 핵개발을 더 불신한다. 윤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구사하면서 이런 보수층을 결집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어떠한가? 북핵 개발을 통해 군사대국을 선언하면서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돈은 있어도 주민들을 굶주리게 만드는 김정은 정권에게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는 북한 주민들을 내적으로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는 외적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득을 보는 쪽은 누구일까?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윤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이다. 반면, 피해를 보는 쪽은 남한 국민과 북한 주민들이다. 군대에 더 가야 하고 군사비는 더 확충해야 하면서도 안보 불안에 더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전쟁이 나면 직접 나가 싸우다 죽는 것도 일반인들의 몫이다.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이런 최대의 안보 불안 시기에 진정한 손익대차대조표는 이런 것이다. 이제는 주변 강대국이나 남북한 정권을 위한 안보가 아니라 일반 국민을 위한 안보가 필요하다. 우리 국민도 이점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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