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임금 인상·고용 안정 놓고 올 임단협도 험로 예고
자동차, 기본급 대폭 인상 요구
“정년도 65세까지 해달라” 주장
중공업 “자동차와 인상액 같게”
“ESG 경영위 노조 참여 보장을”
사측, 산업 지형도 변화에 난색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두 회사 모두 임금 인상이 쟁점인 상황에서 신산업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이 새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정년 연장같은 난제가 많아 올해 협상도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5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단일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최근 기본급 18만 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골자로 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이는 지난해 인상액 월 10만 8000원(기본급 9만 8000원과 수당 1만 원)보다 71.2%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직무·직책수당 등 각종 수당 인상도 담았다. 매년 ‘단골 메뉴’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도 관례처럼 요구했다. 특히 이번 요구안은 임금 인상 외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조합원 고용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노조는 향후 전기차 신공장에서 양산할 G90 등 친환경차 배터리팩과 전기차의 엔진 격인 전기모터·인버터·감속기 등 PE 관련 부품을 사내에서 전개해 달라는 요구를 추가했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차 같은 미래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축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는 3만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1만 8900개로 줄어든다. 전기차는 생산공정이 단순화되는 만큼 작업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단협 타결의 최대 변수는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 해인 만 65세까지 5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정년 연장이 올해 별도 요구안 중 가장 시급한 항목으로 꼽혔다. 정년 연장은 2021년 말 당선한 안현호 노조지부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사측은 지난해까지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인건비 상승은 물론 고용 유연성 저하, 청년실업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 정년 연장이 난제로 떠오르면서 올해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지부 한 노조 활동가는 “올해 (현대차가)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조합원 사이에 충분한 성과 보상을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연말에 (노조) 집행부 선거도 앞두고 있어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달 둘째 주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미 지난달 16일 임금협상에 들어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차노조와 같은 기본급 18만 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신규 채용, ESG 경영위원회 노조 참여 보장, 하청노동자 여름휴가 5일 유급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의 경우 현대차노조와 요구안이 같은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을 따랐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이번 임협에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디지털화·자동화·전동화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시기에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 발전과 고용안정,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도 이번 임협을 계기로 투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스마트선박 등 신산업 전환기에 무엇보다 고용 안정이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외에도 사회연대기금 출연,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공원 건립, 우수 조합원 해외 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