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실 뺑뺑이’ 방지할 부산 컨트롤타워 급하다
전문의·병상 부족 재이송 사례 빈번
“1339 부활” 현장 요구 귀 기울여야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차량에 치인 70대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병원 12곳에 직접 전화를 걸어 치료를 요청했지만, 병상이나 전문의가 없어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전문의와 병상을 갖춘 국군수도병원 등이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구급대가 몰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더욱 안타까운 사연이다. 지난 3월에도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다 심정지로 숨졌다. 올해 알려진 것만 해도 벌써 두 차례나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5년간 응급실 부족으로 인한 환자 응급실 재이송이 전국적으로 3만 7000건 넘게 벌어졌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아직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응급실 뺑뺑이가 많이 발생했다. 경각을 다투는 환자의 응급실 재이송은 목숨과 직결된다. 같은 일이 몇 년간 수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극은 의료진과 병상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환자를 연결할 시스템만 갖췄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IT 강국 한국의 응급의료 수준이 환자 이송에 정신이 없는 구급대원들이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려 수용 여부를 묻는 후진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외과·응급·심뇌혈관·소아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응급실·중환자실 과밀화로 인한 병상 부족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의사와 병상 부족 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소아 응급 상황의 경우 부울경에서는 평일 야간과 휴일에 대부분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몰려 과밀화가 늘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부산소방 내에 119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있지만 병원 간 전원까지 담당할 역량이 안 된다니 컨트롤타워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할 부산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우선 의료 현장에서 요구해 온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339는 지역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병원 수배, 전원, 일반인 응급 상담 역할을 해 왔다. 2012년에 119에 흡수 통합되며 수년간 쌓은 응급환자 전원 노하우가 사라졌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1339를 부활시키든 어쨌든 어디선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당정이 검토 중인 ‘지역응급상황실’도 1339와 비슷한 기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응급의료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시급한 응급의료 문제는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