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더 담대해져야 할 부산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소식이 인구를 고리로 하나의 퍼즐로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온 것이기는 하지만 재외동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을 위한 재외동포청이 5일 출범하였다. 그리고 비수도권 대학들을 온통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던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이 지난달 31일 마감되었다.
겉으로는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배경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엎어버리고 있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의미에서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한국은 미국처럼 다양한 이민을 받아들여 인구 감소 위기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과의 연대와 활용은 아직은 아닐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대안의 하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청·글로컬대 배경은 저출산
수도권 일극체계 심화 파국적 상황
균형발전 대안 부산에 집중 투자를
비수도권 대학 30개에 파격적인 재정을 지원하여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글로컬대학 사업도, 대담한 구상임은 틀림없지만, 지방대학 구조조정이 본질이라는 점은 아마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입학 자원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대학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학에 지원을 집중하여 구조조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지금 한국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합계출산율 0.7명대는 근대 인류 역사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서, 한국은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과거 심각한 저출산을 겪었던 서구의 몇몇 나라에서는 각고의 노력으로 출산력 회복에 성공하였지만, 그럴 가능성이 한국에도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저출산을 가져오는 원인이 과거와 달라졌고 또 역사적 배경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 줄어드는 인구도 수도권이 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젊은이들을 집중적으로 흡입하고 있는데 그 바람에 지역에서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조차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거의 파국적인 상황이다. 그러한 영향은 지역의 대학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대학의 쇠퇴와 함께 지역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이 붕괴되는 엄청난 현실은 부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 지역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추락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며, 많은 대학들은 엄청난 정원감축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내실을 들여다보면 연구하고 가르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점차 포기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부산이 이렇다면 다른 지역의 상황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담대한 혁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담대함’은, 정부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버겁다. 이것은 정부에 더 어울리는 말이다. 파국적인 저출산과 지방 소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담대한 정책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간의 지역균형발전을 돌아보면 모든 지역이 고르게 발전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생각하던 시대는 끝났음을 느낀다. 그것보다는 권역에 시선을 맞추어 비대화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대도시권역을 중심으로 한 발전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에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광역권역 발전방안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권은 더 특별하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대극에 있으며, 또 지역 최대의 권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권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특별한 관심이 진심으로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서도 나타났듯이,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산업 기반과 자체의 역량으로 이전공공기관의 지역화에 가장 성공적인 성취를 만들어 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수도권의 대극에 성장의 거점을 제대로 만들어 인구 위기를 극복할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부산은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방의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도시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성장과 활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부산에 정부는 담대한 발전 모델과 함께 파격적인 지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담대함은 부산에도 요구된다. 줄어드는 인구와 약화되는 경제 역량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어려움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비전의 발굴과 실천에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부산을 넘어 열린 마음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중앙정부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대학에 앞서 정부와 부산이 먼저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