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점으로 연결되는 바다 “일광에서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2023 바다미술제 전시 감독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인터뷰
“바다는 물리적으로 우리 앞에 있고, 일상에서 함께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23 바다미술제’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전시 감독은 올해 바다미술제가 바다를 생각하고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부산시와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2023 바다미술제는 오는 10월 14일부터 11월 19일까지 열린다. 부산비엔날레와 격년으로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바다를 배경으로 열리는 부산만의 특성화된 해양미술축제이다. 올해 전시를 총괄하는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은 그리스 출신으로, 23년 째 영국 등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이다.
전시 주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10월 14일~11월 19일 일광해수욕장 일원
“산업·소비 관점으로만 바다 인식하고 있어”
“해저 채굴·데이터센터 등 영향 논의 없어”
“일광 지역 작은 커뮤니티 살아 있어 신기”
지역사회·연구자·예술가 등 네크워킹하고
‘바다미술제 실험실’ 운영, 대안적 미래 토론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은 자신도 ‘바다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키클라데스제도 안드로스 섬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어업에 종사했고, 어머니 집안은 해양 무역 관련 일을 했죠. 가족 모두 바다에 의존해 살았기에 바다를 나의 일부처럼 느껴요.” 바다 바로 앞에 살았던 그는 고요한 바다, 폭풍우 치는 바다 등 날씨·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바다를 바로바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2023 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는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이다. ‘깜빡이는 해안’에 사용한 영어 단어 ‘플리커링(flickering)’은 불안정하게 깜빡임을 뜻한다. 해안을 따라 아름답게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크루즈 관광·풍력 발전·남획·핵 실험·해수면 상승과 오염 등 다양한 문제를 품고 있는 바다의 현재를 상징한다.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은 바다를 산업이나 소비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음식·약품 등 많은 것이 바다에서 나오고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까지 모두 선박으로 옮겨지죠. 흔히 바다가 비어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도로처럼 많은 배가 다니며 바다에 영향을 주고 있죠. 플로팅시티(수상 도시), 해저 호텔, 해저 채굴 등이 초래할 영향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감독은 2018년 시험가동을 시작한 해저 데이터센터 설치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고 봤다.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각이죠. 실제로 일어날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바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위해 전시 연계 프로그램 ‘바다미술제 실험실’이 운영된다. 지역사회·학교·연구자·예술가를 연결해 바다와 공생하기 위한 대안적 미래를 탐색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은 해양에 관한 예술·학술적 연구와 커뮤니티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공동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안 지역 커뮤니티와 연구 기관 등을 지역민과 연결해서 해양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예술을 통해 바다를 보는 태도를 달리하거나, 변화를 위한 행동을 이끌 수도 있겠죠.”
특히 감독은 “바다미술제가 이런 네트워크의 허브 기능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예술 단체나 해양산업 단체, 기후변화·해수면 상승 연구 조직과도 연결할 수 있겠지요. 부산에 있는 대학이나 아카이브 기관과 같이 협업도 할 수 있겠죠.”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은 바다미술제가 열릴 일광 해변에 대해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해안 지역에서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전통 어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작은 커뮤니티가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할매·할배신당에 어부의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감독은 전시에서 지역민의 삶과 관련된 실내 장소나 지역 생산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어릴 때 안드로스 섬에서 바다를 만지면서 멀리 태평양에서 바다를 만지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다미술제를 통해 일광 앞바다만이 아니라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바다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바다미술제처럼 야외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는 중요해요. 기대 없이 방문했다가 예술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되거든요. 예술을 통해 재미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가을 일광 앞바다에서 ‘또 다른 바다’가 시작될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