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벗겨지고 색 바래고… ‘누더기 무궁화호’ 노후화 심각
부산~서울 운행 19량 상태 심각
녹슬고 외관 낡아 개선 시급
좌석 쿠션 꺼진 경우도 많아
“내부 악취 나는 듯 불쾌한 경험”
부산 방문 승객 눈살 찌푸려
코레일 “객차 부족해 도장 지연”
“무궁화호가 오래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6일 오전 11시께 찾은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무궁화호 승강장. 서울과 부산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거나 녹이 슨 상태로 정차돼 있다. 열차에 승차하는 승객들은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듯 여기저기 녹이 슨 무궁화호의 모습에 사뭇 놀라기도 했다. 휴일을 맞아 부산을 찾았다 돌아가는 김 모(58) 씨는 “레일 위에 놓인 무궁화호의 외관이 보기에 너무 좋지 않다. 도색이 시급해 보인다”며 “내부 인테리어는 차치하고라도 눈에 먼저 보이는 외관이라도 먼저 개선하려는 노력을 코레일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무궁화호가 최근 낡은 외관 때문에 ‘누더기 열차’로 불리는 등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여름을 앞두고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궁화호의 낡은 외관과 노후화된 내부 인테리어는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역 승하차 인원은 5월을 기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4월 85만여 명이었던 승하차 인원은 다음 달인 5월 117만여 명으로 늘어났고, 이후 10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바다를 품고 있어 여름철 방문객이 늘어나는 부산의 특성과 코로나19 확산세 감소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여름은 코로나 엔데믹으로 부산역을 찾는 방문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에만 127만 명의 관광객이 부산역을 찾은 만큼 여름철 성수기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반 열차를 1일 2회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구매해 기차여행을 떠나는 ‘내일로 여행’이 청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며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을 찾는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무궁화호 열차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운행 중인 무궁화호 441량 중 페인트가 심하게 벗겨진 차량은 19량이다. 코레일은 이 차량을 대상으로 도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6량은 도장이 끝났으나 나머지 13량은 아직 도색이 벗겨진 채로 운행되고 있다. 도장 작업은 임시방편일 뿐이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식이 오래된 무궁화호 차량을 폐차하고 새 차량을 들여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궁화호의 노후화는 승객들에게도 직접적인 불편을 주고 있다. 좌석의 쿠션이 꺼진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의자 사이의 공간도 협소해 노트북 이용 등도 불가능하다. 무궁화호를 이용한 김민지(27) 씨는 “열차가 오래돼서 그런지 차량 내부에서 악취가 나는 듯해 불쾌한 경험을 했다”며 “험한 길을 지날 때는 덜컹거림도 심해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무궁화호 객차가 부족해 오랜 기간 정차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장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나머지 객차에 대한 도장 작업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겠다”면서 “경부선 노선에 신규 차량을 도입하는 등 점차적으로 오래된 차량을 신규 차량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