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불법 사용 땐 명단 공개”… 여 ‘시민단체 개혁’ 압박 강화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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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보조금 관리법 개정 발의
‘3억 이상’ 감사보고 제출 추진
“부정 수령 금액 환수 속도 내야”
김기현 “시민 참칭 흡혈 집단”
‘문 정부 적폐 청산 연장선’ 분석
민주 “건전한 비판 옥죈다” 비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수백억 원대의 보조금 불법 사용 적발을 계기로 연일 시민단체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시민단체 보조금 지급 규모가 급증한 데다 이들 단체들이 당시 친정권 활동에 앞장섰다는 점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이번 일이 사실상 전 정부 ‘적폐 청산’의 연장선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의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기준을 현행 연간 보조금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시민단체 중 10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경우만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회계연도마다 제출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보조금 기준을 3억 원으로 조정해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보조금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 기준도 현행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조정해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이런 내용의 보조금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기재위 소위에서 법 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또 시민단체의 보조금 수급 현황 전수조사와 부정수급 환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6일 “일부 단체가 아닌 전체 단체를 조사하고, 부정 수령한 보조금은 환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시민단체 특위) 하태경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회계상 문제로)보조금 환수 결정이 난 단체의 명단은 비실명으로 돼있다”며 “환수가 결정되면 즉각 단체 이름을 공개하도록 현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과 버스를 멈춰 세우는 교통방해 시위를 했는데 시위 참여자에게 일당을 줬다”며 “그 일당이 서울시 보조금이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에 대한 여당의 집중적인 압박은 대통령실이 추동한 측면이 크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최근 3년간 보조금을 3000만 원 넘게 수령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314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을 적발했다고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여당 지도부는 “정권에 빌붙어 빨대를 꽂는 ‘시민 참칭’ 흡혈 기생 집단은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마땅하다”(김기현 대표), “문재인 정부가 퍼준 보조금, 이념 정권 유지비였나. 국민 세금으로 홍위병 양성했던 건가. 이게 문 정부의 성취인가”(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임 정부 시절 정부 보조금으로 성장한 친민주당 성향 시민단체들이 정권 교체 이후 대정부 비판에 앞장서면서 국정 동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이런 구조를 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일부 단체의 허술한 회계를 빌미로 시민단체의 건전한 정부 비판 활동을 옥죄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몇몇 시민단체, 몇몇 사람의 부정·비리를 침소봉대해서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을 민주당과 엮어 쓸어버리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보조금 관리법 입법에 대해서도 “기재위 소위 안건에 올라갈지도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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