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LIV 골프 전격 통합… PGA 선수들 ‘배신감’
PGA 등 “획기적 합의” 성명
관련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9·11 테러 유족 연합회도 반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PGA 투어와 PIF,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는 7일(현지시간) “골프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며 “LIV 골프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적 권리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의 사업 권리와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키로 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는 새 법인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LIV 골프 출범 이후 엄청난 대립·갈등을 겪던 PGA 투어와 LIV 골프는 이번 합의로 손을 맞잡게 됐다. PGA 투어는 LIV 골프가 주요 선수들을 속속 빼가자, LIV로 이적한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해 왔다. 서로 소송전도 불사했던 두 단체는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PGA 투어, DP 월드투어, LIV를 통합한 새로운 이름의 법인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세 단체는 “PIF가 새 법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자본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통합으로 LIV로 넘어갔던 선수들이 ‘승자’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필 미컬슨(미국),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 LIV 선수들은 LIV로 돈은 돈대로 챙기고 다시 예전 선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PGA 투어에서 LIV로 넘어갔다.
반면 상당수 PGA 투어 선수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에 배신감까지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의 거액을 뿌리치며 PGA 투어를 사수했던 선수들에게 통합은 황당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가 RBC 캐나다오픈이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선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위선자’ 등의 격한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의 소셜미디어(SNS)는 “패배자가 됐다” ‘배신당했다” 등의 글로 들끓었다.
9·11테러 희생자 유족 연합회도 “PGA 투어가 우리한테 보인 관심은 돈을 위한 위장이었다. 테러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골프에 돈줄이 됐다”고 PGA 투어를 비난했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현지 언론을 만나 “위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겠다. 과거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안다. 그때는 상황이 그랬고,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