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요충지 카호우카 댐 붕괴…우크라 ‘대반격’ 차질 우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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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 서로 배후로 지목
서방선 러시아 소행 주장 나와
‘대반격’ 우크라 남쪽 진격 막혀
인근 자포리자 원전 안전 불안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이 일부 파괴돼 홍수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파괴의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카호우카 댐이 일부 파괴돼 홍수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파괴의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파괴 배후로 서로 상대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방이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파괴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카호우카 댐은 전략적 요충지여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근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책임 공방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6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카호우카 댐이 폭파됐다고 밝히고 드니프로강 우측 10개 마을과 하류 헤르손시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경고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앞서 댐이 붕괴될 경우 1800만㎥의 강물이 흘러넘쳐 헤르손시 등 10여 개 지역, 수십 만 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만 6000명이 '위험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러시아를 ‘테러리스트’라 규정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6일(현지 시간) 카호우카 댐 파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러시아군이 통제 중인 댐이 포격으로 파괴됐으며 이는 ‘테러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테러 공격’은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에 의한 공격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고의적 파괴 행위는 매우 위험하며, 본질적으로 전쟁범죄 또는 테러 행위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사건”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서방·전문가, 러시아에 ‘무게’

양국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6일(현지 시간) 사실상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민간 기반 시설 파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러시아와 그 대리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댐이 파괴됐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공학과 교수이자 댐 붕괴를 연구해 온 미국 공학한림원의 그레고리 배처 교수는 “수량이 많아져 댐이 붕괴할 경우 통상 댐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 점령지 측에 인접한 중간 부분에서 처음 파괴가 시작돼 양측으로 피해 범위가 넓어진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으로 볼 때 러시아 주장처럼 우크라이나의 외부 포격으로 댐이 폭파했을 가능성은 적으며 밀폐된 내부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변수 등장

카호우카 댐 붕괴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쪽에 이득이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기갑부대를 선봉으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은 ‘댐을 파괴하면 누가 이득을 보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남쪽 러시아 방어선을 뚫어 그 지역을 둘로 나눈 후 크림반도를 고립시키면 중대한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카호우카 댐이 붕괴하고 하류 지역이 침수되면서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자포리자 남쪽으로 진격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진격로가 막힌 셈이다. 그러면서 BBC는 댐의 붕괴로 러시아 역시 민간인을 대피시켜야 하고 크림반도에 물을 공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 불안

카호우카 댐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는 인근 자포리자 원전도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원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내주 직접 원전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 메시지를 통해 “핵 안보와 관련한 결정적 순간”이라면서 자포리자 원전 방문 의사를 밝혔다.

단일 원전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발전소 댐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다.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자로 내 핵연료봉 다발이 과열돼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일어나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IAEA는 “즉각적인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 공급이 끊길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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