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22. 착시를 통한 신화적 이미지의 표현, 양철모 ‘한국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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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모(1943~)는 부산 출생으로 1965년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1975년 부산 탑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가 그의 첫 개인전이었다. 1967년 ‘제 2회 습지전’(부산시 전시관), 1968년 ‘이후작가전’(부산전시관), 1974~1989년 ‘군록전’, 1982~1991년 ‘남부전’ 등 부산 지역 작가 동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작가는 동주여상, 진주교대 조교수, 부산교대 교수를 역임하는 등 교육 활동에도 열중했다.

양철모는 한국의 전통 문양과 색상에 주목하며 단청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전통 문양인 단청의 차용과 해체를 통해 재구성하고, 드로잉 요소와 뿌리기 기법을 이용해 특유의 추상 세계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에는 1970년대에 이르러 주요 기법인 뿌리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자유로운 화면 속 형태는 더욱 해체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그만의 조형 언어인 단청 문양과 색상의 변용을 화면에서 볼 수 있다. 후반 작업에서는 만다라의 구조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작업 속에 표상되어지는 이미지의 모습들이 어릴 때부터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했던 조형적 편린들의 무도”라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소장작 ‘한국의 신화’(1969)는 동양적 모티브의 기하학적 도상을 채도가 낮은 녹황 계열의 색채를 사용해 보여주는 양철모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기둥 형태의 구조가 화면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주조색과 문양이 화면의 중앙에 모여 있어 탄탄한 균형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선과 색면을 강조해서 패턴화한 형상들이 한국적 특성을 더 자아내는 듯하다. 그리고 다색판화의 느낌을 주는 ‘겹쳐 그리기’ 기법으로 시각적 착시를 연출했다.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신화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모색한 방법 중 하나이다. 1960년대 ‘습지전’ ‘이후작가전’ 등의 동인 활동을 통해 부산 지역 화단의 추상 작업을 주도했던 작가 양철모의 회화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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