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핵 대응’ 주도적 참여 길 열렸다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재진입
내년부터 2년 임기… 외교력 확대
미국·일본과 밀착 공조 강화 전망
한국이 6일(현지시간) 2024∼2025년 임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확보하면서 북핵 대응 등 안보리 활동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더 높이고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윤석열 정부로서는 외교 정책의 큰 방향인 ‘가치 외교’를 펼칠 기회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이날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총회 선거에서 당선돼 내년부터 2년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안보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과 대륙별로 할당된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되며 전 세계 평화·안전 유지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유엔 최고 의사 결정 조직이다.
안보리는 경제 제재와 같은 비무력 조치는 물론이고 무력 사용이 가능한 강제 조치도 회원국에 내릴 수 있다. 평화유지군 활동, 유엔 회원국 가입 추천, 유엔사무총장 임명 추천,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출 역할도 모두 안보리 이사국이 수행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을 만나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24시간 돌아가는 유엔의 주요 현안에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윤 대통령은 “글로벌 외교의 승리”라고 반색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면서 한국은 내년부터 안보리에서 한반도 문제 당사국으로서 북한 관련 결의, 의장성명 문안 작성을 주도하며 북한 무력 도발의 불법성을 선명하게 강조할 수 있게 됐다. 상임이사국인 미국, 2023∼2024년 비상임이사국인 일본과 밀착 공조를 통해 북한 도발을 억제할 더 강한 압박 시그널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관련 반응을 묻자 “납치·핵·미사일 등 북한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안보리에서 한미일 협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 수임은 다양한 국제 안보·평화 이슈에 한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은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선거를 준비하며 선거 공약으로 △평화유지(PKO)·평화구축에 대한 기여 △여성과 평화 안보에 대한 기여 △사이버안보에 대한 기여 △기후변화 극복에 대한 기여 등 네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성공한 뒤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사이버안보를 안보리에서 의제화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계속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상임이사국 지위로는 상임이사국 5개국이 좌우하는 안보리에서 역할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최근 서방과 중러로 분열돼 북핵 문제 등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사는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안보리 내에 북한 문제에 대한 양비론이 많이 퍼졌는데 한국이 들어가서 중국의 이야기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전체적인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