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향 600회 기념비 말러 ‘교향곡 9번’ 첫 도전으로 쓴다
16일 부산문화회관 600회 정기 연주회
최수열 "명곡인 만큼 난곡"
25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폐막 무대도 올라
14일 오픈 리허설 '미완성음악회'
15일엔 'BPO 오디세이'서도 연주
제갈삼 선생 '파랑새'도 함께 연주
“61년 부산시향 역사에서도 단 한 번도 연주한 적이 없는 말러 ‘교향곡 9번’입니다. 3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향악축제에서도 이 곡은 첫 연주입니다. 연주를 안 하거나 못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명곡인 만큼 난곡이기도 해서죠.”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를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00회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예술감독 최수열 지휘자가 들려준 말이다. 최 지휘자는 “말러 음악이 기본적으로 심하게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광기 어렸다가 체념했다가 분노하고…. 단원들한테도 한없이 좋은 소리만 내지 말고, 어떤 악장에선 나쁜 소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악보상으로 플루트 4대가 나오는데 아주 작게 불라고 주문한 걸 보면서 굳이 플루트를 4대나 불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실질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휘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곡이기도 하고, 지휘자들이 말러 곡에 왜 손을 많이 대는지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튼, 최 지휘자에 의해서 부산시향의 말러는 지금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16일 정기 연주회뿐 아니라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폐막 공연에서도 부산시향은 같은 곡을 연주한다. 이번 교향악축제 개막 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인 광주시향 홍석원 지휘자는 한 음악·공연 전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교향악축제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공연을 묻자, “부산시향 폐막 공연”이라고 대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홍 지휘자는 “무엇보다 말러의 교향곡 9번이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으니, 실황을 감상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까지 35년을 이어 온 교향악축제에 부산시향은 2016년 수석지휘자 공석으로,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 외는 대부분 함께했다. 그동안 부산시향은 개막(1995년 제7회)·폐막(6·13·21·22·23회) 공연도 6차례나 초청받았다. 반초 차브다르스키, 곽승, 알렉산더 아니시모프, 리 신차오 등이 지휘했다.
이번 정기 연주회가 부산시향으로선 600회를 맞는 기념비적인 음악회다 보니 최 지휘자도 큰맘을 먹은 듯하다. 최 지휘자는 지난해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하나 마침표를 찍는 기분으로, 그동안 안 했던 작품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고 하더니 평소 실황으로는 듣기 힘든 대편성의 말러 교향곡 9번을 포함한 것이다. 리 신차오가 부산시향을 맡았을 때 말러가 남긴 10곡의 교향곡 가운데 1~5번을 연주한 적은 있다.
보헤미아 태생의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스트리아인 사이에서는 보헤미아인이요, 독일인 가운데는 오스트리아인이며, 세계에서는 유대인이었다. 이는 다른 말로 그는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는 체념의 정서가 은연중 포함됐을 수 있다. 그리고 말러는 부인의 외도와 딸의 죽음으로 촉발된 가정사와 그야말로 강행군에 가까웠던 오케스트라 스케줄의 압박 등 그가 체험하고 느낀 모든 것을 음악 속에 녹이려 했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에는 “인간의 비극을 감싸 안고, 우리를 짓누르는 고통과 슬픔을 위무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교향곡 9번은 말러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교향곡이다. 9번 앞에 완성한 ‘대지의 노래’에 번호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이 교향곡이 10번째다. 대체로 75분에서 90분 사이로 연주되는데 부산시향 연주는 80여 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만 97명으로 100명에 가깝다.
이 작품의 주제는 흔히 ‘죽음’과 ‘작별’로 해석된다. 파울 베커는 곡의 표제로 ‘죽음이 내게 말하는 것’을 제안했고, 윌리엄 리터는 곡의 의미를 ‘죽음과 정화’로 해석했다. 물론 반론도 있지만, 말러 자신이 악보 초안에 끄적여 놓은 다음과 같은 문구들 때문이다. “오, 젊음이여! 사라진 것이여! 오, 사랑이여! 흩어진 것이여!”(제1악장), “오, 아름다움이여! 사랑이여! 안녕! 안녕! 세상이여! 안녕히!”(제4악장 종결부)
부산시향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9번은 정기 연주회와 교향악축제 폐막 공연 외에도 오픈 리허설 형식으로 진행되는 ‘미완성음악회’(6월 14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전석 5000원)와 부산시향(BPO) 기획 음악회 ‘BPO 오디세이(Odyssey)Ⅱ:경험이 가득한 긴 여정Ⅱ’(6월 15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전석 초대·1인 4매 예약)에서도 만날 수 있다. BPO 오디세이 음악회에서는 말러 교향곡 9번 4악장만 연주된다.
특히 BPO 오디세이는 지난해 부산시향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기획 음악회로, 부산 음악계를 굳건히 지켜 온 지역의 원로 음악인들과 함께하는 자리이다. 오디세이 두 번째 무대는 600회 정기 연주회를 기념하는 의미로, 말러 교향곡 9번 외에도 부산음악계 최고 어른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제갈삼(1925년생·98세) 선생의 음악 인생을 조명하기 위해 그의 작품 ‘파랑새’를 연주한다. ‘파랑새’는 제갈삼 선생이 한하운 시인의 동명의 시를 모티브로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이번 무대에서는 작곡가 김택수가 관현악 버전으로 들려준다. 김택수는 2021년 부산시향이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초대 상주작곡가를 역임하고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갈삼 선생은 이날 음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산시향 제600회 정기 연주회=6월 16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R석 3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 문의 (재)부산문화회관 607-6000.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