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조선 도자 기술은 일본에서 어떻게 실현됐나
<일본 도자기 여행>의 부제는 ‘규슈의 8대 조선 가마’이다. 무엇보다 착각하지 말라며 경계한다. 일본 도자기가 한국에서 건너갔다고 하는 사실에 자만심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도자산업을 망치는 큰 방해물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40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자 기술이 조선에서 넘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 사실이 어떻게 일본에서 세부적으로 실현됐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입장이다.
일본 도자기 역사에서 중요한 대목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열등감과 조선 사기장 이삼평의 백자광 발견이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미천한 출신을 숨기고 다이묘를 통치하기 위해 차와 찾잔, 다도를 이용했으며 특히 조선의 찻사발을 갖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란 때 수많은 조선 사기장들이 납치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일본 최초의 백자 도자기를 탄생시킨 이삼평을 비롯해 김태도 백파선 이우경 등 일본 도자문화사를 만든 조선 사기장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임란 때 솜씨 좋은 사기장들이 납치돼 조선의 도예 기술은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고, 일본은 독자적인 도자문화를 꽃피웠다는 것이다. 단정한 기품의 ‘다카토리야키’, 세련된 멋의 ‘아가노야키’, 뛰어난 조형미의 ‘미카와치야키’, 세밀한 장식의 ‘나카사토야키’, 화려한 분위기의 ‘아리타야키’ 등이 그것이다.
일본 문화의 원류가 한반도에 있다고 무조건 한반도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은 옹졸하고 위험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조용준 지음/퍼시픽도도/600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